[여론마당]최재선/‘교내 노조활동’ 교무실붕괴 우려

  • 입력 2001년 11월 25일 17시 59분


요즘 교육인적자원부가 하는 일을 보면 답답하다 못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여러 가지 교육 개혁들이 결국은 교육현장을 외면한 채 무리하게 추진되면서 교육공황이니 교실붕괴란 말이 언론에 회자되었다. 더욱이 공교육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교육이민까지 초래하게 되었다.

난이도 조정에 실패한 대학수능시험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는 시점에서, 교육부가 이번에는 전교조의 주장을 수용해 교내 노조활동을 허용하겠단다. 이런 일이 과연 교육발전과 인재육성을 책임진 교육부가 할 일인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교육부는 수업과 학사운영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교사의 전문성 향상과 교수방법 개선을 위해 방과 후 월 2시간 교원노조 조합원이 연수할 수 있도록 교육감에 권고하고, 교원 노조 대의원들의 근무시간 중 대의원회의 참석도 허용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법으로 금지되어 있는 단위학교에서의 노조활동 및 근무시간 중의 노조활동을 허용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실제 전교조 위원장은 앞으로 교내 노조활동은 교장과의 협의 하에 할 것 이라고 말하고 있어 큰 파문이 예상되고 있다.

교육부의 발표내용은 ‘연수’ ‘근무시간 중 월 2시간’ 이내 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근무시간 중 연수를 하는지, 조합원 교육을 하는지 알기 어려운데다, 월 2시간 이내도 지켜질지 의문이다. 전교조 측도 당장 “연수 활동에 교육정책이나 학교운영 전반도 다룰 수 있지 않느냐” 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교육부 측은 “연수는 어디까지나 교육적인 목적에 국한되는 것으로, 교원노조가 주장하는 조합원 교육은 절대 허용할 수 없다. 수업이 끝났더라도 퇴근 전까지는 근무시간이므로 현행 규정대로 노조활동은 금지된다” 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전교조는 사실상 교내 노조활동을 허용한 것이라며 성명까지 발표하면서 “총파업 찬반투표와 26일 총 파업 등의 일정을 유보한다” 고 밝혀 단위 학교에서의 노조활동을 기정 사실화하고 있다.

그러지 않아도 조퇴투쟁이니 연가투쟁이니 해서 거리로 뛰쳐나오는 교원노조에게 단위 학교 안에서 노조활동을 허용한다면 교직사회의 편가르기가 만연해지고 결국 교원간의 갈등과 대립이 심화돼 교무실 붕괴로 이어질 것이다. 더 한심한 것은 교육부가 일을 저질러 놓고, 책임은 시도 교육청이나 학교장에게 떠넘기는 태도다.

노동부에서조차 교육의 특수성을 감안해 단위 학교에서의 노조활동은 불법이라는 유권해석을 하고 있는데, 학교의 안정과 교육발전을 책임진 교육부가 전문직인 교원의 특성을 들먹이고 연수 운운하며 교내 노조활동을 허용하겠다니….

이제라도 교육부는 교직을 노동직으로 보는 교원노조와 전문직으로 보는 교원단체를 구분해, 각급 학교 교장선생들과 학부모들이 무엇을 걱정하고 있는지를 알아 교육을 책임진 부서로서의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최재선(서울시교원단체연합회 회장·포이초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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