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농촌 위기 아이디어로 극복

  • 입력 2001년 11월 23일 18시 27분


쌀값 배추값 폭락으로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게다가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머지않아 각종 값싼 중국 농산물들이 몰려올 게 뻔해 우리의 농촌이 말 그대로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이게 됐다.

여기에다 툭하면 터지는 소 돼지값 파동…. 그렇다고 마땅한 정부 대책을 기대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이런 가운데서도 참신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로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하는 사람들이 있어 눈길을 모으고 있다.

향기 나는 쌀, 오리와 우렁이를 이용한 친환경농법, 차별화된 브랜드 전략…. 근본적인 대책이야 안 되겠지만 살아 남으려고 애쓰는 모습이 돋보인다.

▽친환경 농법〓강원 홍천군 남면 명동리의 70여농가는 3년 전부터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무공해 쌀을 생산해 그 중 70%를 서울의 대규모 소비자 회원단체를 통해 판매하고 있다.

올 봄에 마을 주민들이 모여 ‘무농약 마을 선포식’을 갖기도 한 이 마을은 올해 생산량 3025가마 가운데 70%를 이미 이 단체에 납품했다.

판매가격은 80㎏짜리 한 가마에 24만∼25만원 선. 시중에 판매되는 일반 쌀값 16만원 선보다 무려 8만∼9만원이나 비싸다. 농약을 치는 품삯과 절약된 농약값까지 감안하면 이익금은 더욱 늘어난다.

강원 화천군 상서면 신대리마을(일명 토고미마을)의 21개 농가는 지난해부터 논에 오리를 풀어 키우는 ‘오리재배 농법’을 시작했다. 또 화천군 간동면 유촌리 모현동마을도 올해부터 무농약 쌀을 생산, 도시인들에게 직판해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차별화 전략〓경북 군위군 군위읍 대북리 18개 농가는 ‘향기 나는 쌀(향미담)’을 생산해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쌀을 포장하는 쌀부대에서 독특한 향기가 나도록 한 것. 쌀 자체도 30㏊의 논에서 우렁이를 이용한 환경농법으로 생산하고 있다. 이 마을 쌀은 포장지를 개봉할 때와 뜸 들일 때, 밥을 먹을 때 구수한 냄새가 나 소비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울산 북구 대안동 돼지 축산가 5명은 돈사에 톱밥을 깔아 돼지 배설물이 미생물에 의해 저절로 분해되도록 함으로써 악취가 나지 않게 하는 친환경 돈사를 설치해 인근 주민들과의 마찰을 사전에 예방하고 있다. 정부가 권장하는 이 돈사는 건립 비용의 40%까지를 지원받을 수 있다.

▽이색 홍보〓경남 산청군 차황면은 올해로 벌써 열한 번째 도시 사람들을 초청하는 ‘메뚜기 잡기대회’를 열고 있다. 강원 화천군 상서면 신대리 마을도 올해 세 번이나 도시 사람들을 가족 단위로 초청하는 ‘생태관광’을 실시해 미리 좋은 값에 쌀 구매 예약을 받아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또 충북 옥천 청산농협과 영동 추풍령농협은 ‘청산별곡쌀’과 ‘황금물결쌀’, 경남 산청농협은 ‘산청 맑은나라 메뚜기쌀’, 울산 울주군 두동면 봉계리는 ‘봉계 항우쌀’이라는 색다른 브랜드를 붙여 고가에 쌀을 판매하는 등 차별화된 아이디어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고유의 전통행사를 재현하면서 농산물 판매사업을 벌이기도 한다.

강원 홍천군 남면 명동리 농민 연익흠씨(51)는 “농산물도 공산품 못지 않게 무한히 개발할 가치가 있는 품목”이라며 “계속 연구하면 의외의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춘천〓최창순기자·대구〓이권효기자·청주〓장기우기자>cs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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