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근기자의 여의도이야기]외국인만 챙기나

  • 입력 2001년 11월 19일 18시 54분


주식 투자의 성패는 ‘정보전’의 결과에 따라 크게 엇갈린다. 그래서 투자자들은 ‘∼카더라’수준의 정보라도 소홀히 하는 법이 없다.

정보전과 관련해 언제부턴가 여의도에선 “국내 기관들이 정보 전쟁에서 외국인에게 밀린다”는 한탄이 나오기 시작했다.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의 영향력이 커지면서부터 영양가있는 정보가 외국인에게 집중된다는 얘기다.

지난 주에도 이같은 의혹을 살만한 일이 벌어졌다. LG전자가 15일 기업분할 소식을 공식 발표하기 이전에 외국인이 이미 정보를 알고 있었던게 아닌가하는 의문이 제기된 것.

외국인은 7일부터 15일까지 7일 연속 LG전자 주식을 사들였다. 특히 발표일 하루전에는 100만주 이상을 순매수했다. 1만4000원 가량 하던 주가는 1만7400원대로 껑충 뛰었다. 외국인은 발표일 하루 뒤인 16일에는 35만여주를 순매도 했다.

한 애널리스트는 “정보가 외국인에게 먼저 새나갔다는 물증은 없지만 심증은 뚜렷하다”며 “LG전자의 기업분할 작업도 외국계 증권사가 주관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가에 대한 외국인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외국인에게 아부하는 풍조가 형성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LG전자측에선 “정보를 흘려준 사실이 없다”고 펄쩍 뛰었다. 또한 분할작업을 도와준 외국 증권사와 기밀유지 협약을 맺었기 때문에 정보가 새나갔을 리도 없다고 반박했다.

어느 쪽 주장이 사실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이미 생겨버린 의혹은 어쩔 수 없다. 이같은 의혹이 쉽게 불거지는 것은 그동안 이런 일들이 공공연하게 있어왔기 때문이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의 국가 신용등급 상향 조정을 전후해서도 외국인의 매매 패턴에 의혹의 눈길이 쏠렸다.

삼성전자가 2·4분기 실적을 발표할 때는 외국 기관에게 오전에 먼저 실적을 알려주고 국내 기관들을 대상으로 한 실적 발표회는 오후 4시에 열어 비난을 샀었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이런 일들이 있을 때마다 가장 손해보는 것은 개인 투자자들”이라고 지적했다. 기관투자자들도 한참 뒤에야 아는 마당에 뉴스를 보고서야 소식을 접하는 개인이 재미를 볼 리 없다는 얘기였다.

한 두 번이라면 ‘우연의 일치’라고 얘기할 수 있다. 하지만 같은 일이 자꾸 반복되는데도 우연의 일치라고 강변한다면 이는 듣는 사람을 무뇌아(無腦兒)로 취급하는 오만으로 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금동근기자>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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