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아자이 초프라/돈풀어 내수 띄워야 경기 산다

  • 입력 2001년 11월 18일 18시 26분


세계경제는 미국, 유럽, 일본의 3대 주요국 경제가 동시에 둔화되는 현상을 겪고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어서 금년도 경제성장률은 2∼2.5%로 하락할 것이다. 더욱이 세계경제의 회복은 아무리 빨라도 2002년 하반기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렇게 어려운 세계경제 전망 하에서 한국정부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국내 수요를 진작시키기 위해 추가적인 확장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이러한 확장정책은 내수를 진작시키고 수출 부진에 따른 경기침체를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이런 정책은 한국경제뿐만 아니라 지역 및 세계경제의 성장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또한, 이 같은 노력을 보완하고 경제상황이 좋아질 경우 빠른 회복이 가능하도록 구조개혁 분야에서도 성과를 거두어야 한다.

한국은 재정 측면에서 보수적인 정책기조를 유지해 왔으며, 이로 인해 정부 부채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은 국내 수요를 살리고 세계경제 둔화의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확장적인 재정정책을 펼 수 있는 여유가 있다. 이러한 정책적인 융통성은 2002년에 최대한 발휘되어야 한다.

2002년도 예산은 국내총생산(GDP)의 1% 수준의 재정흑자가 전망되지만 이 수준으로는 내수를 진작시킬 수 없으므로 약간의 재정적자가 되도록 예산을 수정하는 것이 보다 적절할 것이다. 이를 위해 일단 경제성장이 본궤도에 올랐다고 판단되는 시점에서 원래 상태로 회복시킬 수 있는 임시적인 재정조치 도입이 필요하다. 이런 임시조치로는 △일회성의 소득세 환급 △저소득 가구 및 실업자에 대한 지원 △시행중인 사회간접자본 프로젝트의 조기 추진 등을 들 수 있다.

우리가 주장하는 것은 정부가 매년 재정균형을 달성하기 위해 경직된 정책을 시행하기보다는 경기가 나쁜 연도의 적자를 경기가 좋은 연도의 흑자로 상쇄해 평균적으로 균형을 유지한다는 목표로 재정정책을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이다.

세계경제의 둔화로 인해 선진국은 금리인하를 통해 통화정책을 완화했으며, 한국은행도 2001년도 3·4분기에 금리를 1%포인트 인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인플레 수준은 심각하지 않으므로 앞으로 추가적으로 금리를 인하할 여지가 있다. 더욱이 경기둔화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대외여건 악화로 2002년 성장전망도 하강 위험이 있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통화정책 완화는 경제성장을 지원하고 경기후퇴를 방지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세계경제의 둔화에도 불구하고, 한국정부는 남은 구조조정 과제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국유화된 은행의 민영화를 추진하고, 도산제도가 개혁되어야 하며, 재벌의 기업지배 구조도 개선되어야 한다. 성공적인 구조조정은 세계경제가 회복되는 시점에서 한국경제가 빠르고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요인을 제공할 것이다.

아자이 초프라(IMF 한국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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