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편견에 날아간 장애인의 꿈

  • 입력 2001년 11월 18일 18시 26분


보건소장 승진 1순위였는데도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탈락한 충북 제천보건소 직원의 얘기는 우리 사회가 장애인과 더불어 살아가는데 얼마나 인색한지를 보여준다. 이 직원은 “장애인을 평상인과 다름없는 인격체로 보지 않는 시각이 야속할 따름”이라며 사표를 냈다. 이 한마디에는 장애인들이 매일 느껴야 하는 ‘절망’이 담겨 있다. 선진국에서 장애인은 보통사람과 다름없는 이웃이다. 반면 이번 일에서 보듯이 우리 사회는 여전히 장애인에 관한 편견으로 가득 차있을 뿐이다.

우리가 장애인에게 얼마나 무심한지를 보여주는 예는 비일비재하다. 장애인 보호시설이 들어선다는 이유로 주민들이 시위를 벌이는가 하면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대학입학이 취소되기도 한다. 취업에서 각종 불이익을 받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번에 사표를 낸 직원은 10년 동안 제천보건소에서 일반의로 재직해 보건소 안에서 유일하게 소장 승진 자격이 있었다. 그런데도 제천시는 전 소장이 과로로 숨진 뒤 두 달이 지나도록 자리를 비워 놓았다가 최근 외부 사람을 임명했다는 것이다. 문제가 불거지자 제천시장은 ‘15만 시민을 찾아다녀야 하고 직원들을 관리해야 하는데 장애인은 적임자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고 한다. 이 직원은 의과대학 재학중 뇌출혈 후유증으로 오른쪽 다리가 마비됐는데도 학업을 계속해 의사자격증을 딴 뒤 보건의로 재직해왔다. 그가 승진에서 탈락하자 제천시의사협회까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반발하고 나설 정도라면 제천시장의 결정에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

이번 일은 엊그제 미국 패스트푸드 업체의 한국 체인이 중증정신지체장애인 20명을 정규직원으로 채용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일의 특성상 장애인 고용에 소극적이어야 할 외식업체가 중증장애인을 채용한 것은 장애인에게 희망을 준 용기 있는 결단이었다. 그런 마당에 정작 장애인 복지에 앞장서야할 공직사회에서는 오히려 반대로 가고 있으니 우리사회가 아직도 장애인에 대한 배려나 지원에서 후진국 소리를 면치 못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150만여 국내 장애인 가운데 사고 등으로 인한 후천성 장애인은 89%가 넘는다. 이것은 누구든지 뜻하지 않은 일로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장애인 문제 해결의 첫 걸음은 그들을 우리와 똑같은 이웃으로 받아들이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이같은 사회의식의 전환이 전제되지 않을 경우 ‘선진형 복지’는 공염불 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