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아의 책사람세상]입시에 지친 젊은이들에게

  • 입력 2001년 11월 16일 18시 19분


초겨울이 다가오는 쌀쌀맞은 날씨 속에 수능시험이 끝났다. 수험생들의 초조와 불안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초중고 12년을 바쳐온 길고 지루한 경주가 일단락된 셈이다.

관혼상제의 통과의례가 불분명해진 현대 사회에서, 대학 입시는 성인이 되기 위한 새로운 통과의례 중 하나로 자리잡은 것 같다.

프랑스 민족지학자인 반건넵의 ‘통과의례’(을유문화사·1985)에 따른다면 대학입시는 “입사 의례(initiation rites)”에 해당할 것이다. 입사 의례는 사회로부터의 분리·전이·통합 의례로 이루어진다.

고등학생들은 끊임없이 입시를 보고 달려야 했던 이전의 학생 신분에서 떠나(분리), 졸업식 이후의 적(籍)이 없는 기간을 거쳐(전이), 취직이나 대학 진학으로 사회에 발을 내디딘다(통합). 또, 입사 의례를 거치면 사회적으로 무성(無性)이어야만 했던 시기를 지나 사회의 남성과 여성 신참자로 인정받기도 한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대학에 들어가고 나서나 하라고 구박받았지만, 이제는 연애를 하는 것도 떳떳하다.

성인이 된다는 것은 지금까지 금지 구역과 비금지 구역,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될 일이 날카롭게 나뉘어 있었던 생활을 통합하고 책임지는 것이기도 하다.

이탈로 칼비노의 ‘반쪼가리 자작’(민음사·1997)은 지금까지 ‘공부’와 ‘다른 즐거움’으로 나뉜 생활을 영위하던 학생들에게 즐거운 책이 될 것이다.

대포 사고로 완전히 착한 반쪽과 완전히 나쁜 반쪽으로 나뉘어 살게 된 메다르도 자작이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가, 그리고 그 둘이 어떤 과정을 거쳐 다시 하나로 통합되는가 하는 우화를 풀어놓는 이 책은, 해방감에 싸여 무엇이든 극단으로 치닫기 쉬운 시기에 좋은 친구가 되어 줄 것이다.

특히 말미의 “때때로 한 인간은 자기 자신을 불완전하다고 생각하게 되는데 그것은 그가 젊기 때문이다”라는 말은 사회의 이 젊은 신참자들이 불안감과 열등감에 휩싸이게 될 때 한번쯤 떠올릴 가치가 있는 말이다.

시험을 잘 치지 못해서, 혹은 이런저런 일로 우울한 젊은이에게는 재일 2세 작가 가네시로 카즈키의 소설 ‘GO’(현대문학북스·2000)를 추천한다.

10대에서 20대로 넘어가는 미묘한 시기에, 잠시의 실패와 우울보다 더욱 큰 짐은 스스로 자기 어깨에 얹어놓는 열등감과 자신감 부족이다. 그런 친구들에게, 힘든 현실을 경쾌하게 헤쳐 나가면서도 결코 피하지 않고 작은 성공을 이루는 주인공의 모습이 격려가 되어주지 않을까.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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