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배동만/통념 깨뜨려야 초일류 가능

  • 입력 2001년 11월 16일 18시 15분


며칠 전 직원들과 식사하는 자리에서 어느 간부사원이 볼멘소리를 했다. “사장님, 지난 15년간 직장생활을 하면서 어느 한 해라도 ‘위기’라는 얘기가 안 나온 적이 없고 경영환경이 어렵다는 말이 안 나온 해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기업들은 한 해 성과를 정리하고 내년 환경을 예측하면서 경영계획을 수립한다. 특히 요즘처럼 경제전망이 불투명할 때는 경영자로서 더욱 긴장감을 느껴 직원들에게 도전의식을 강조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뉴질랜드에 사는 키위라는 새는 앞을 못보고 날지도 못한다고 알려져 있다. 키위가 서식하는 지역이 화산지대여서 뱀이나 파충류 따위의 천적이 없는 반면 먹이가 풍부하다보니 굳이 날아다닐 필요가 없어져 날개와 눈의 기능이 퇴화된 결과라고 한다. 주어진 현실여건에 안주하다 보면 본래 갖고 있던 능력마저 사라져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상징적인 사례인 것이다.

광고회사의 경영을 맡으면서 키위의 경구(警句)를 더욱 자주 떠올리게 된다. 창의와 아이디어를 생명으로 하는 창조적인 집단을 이끌어 나가야 하고 잠시라도 매너리즘에 빠지거나 정체되어서는 안되며 늘 새로움에 도전하면서 ‘고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방법은 없을까’라는 고민을 안고 살아야 하는 중압감 탓일 것이다.

키위의 이야기에서 착안해 필자 나름의 용어와 논리로 정리한 것이 ‘파란(破卵) 경영’이다. 즉 문제의식과 위기의식을 갖고 알에서 깨어나듯 기존의 관념과 틀로부터 벗어나려는 변화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경영방침이다. 아울러 사물을 거꾸로 생각해 보거나 입장을 바꿔 생각하는 발상의 전환을 직원들에게 강조하고 있다. 광고주와 소비자가 요구하는 바를 포착하고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면 고객만족의 극대화는 요원한 일이기 때문이다.

‘파란 경영’의 궁극적 목표는 광고회사의 최대 자산인 창의적인 인재를 양성해 최상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여기에 변화와 도전의 바람을 불어넣어 고객과 우리 모두에게 성취의 기쁨을 맛보게 만드는 것이다.

‘파란 경영’을 뿌리내리기 위해 세 가지 측면에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 사장과 사원이 격의없이 대화하는 회의체로 ‘파란 마당’을 운영하고 있고 글로벌 전문가 양성을 위해 ‘파란 연수’ 프로그램을 실시 중이며 ‘파란 대상’이라는 제안상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세계경제가 미국 테러사태의 후유증으로 먹구름에 싸여있고 한국 또한 그 충격파에서 예외가 아니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어수선한 시기일수록 깨어있는 정신과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당장 여건이 힘들더라도 인재양성과 같은 미래에 대비한 ‘초석 깔기’에도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파란 경영’이 기업문화로 훌륭히 자리잡는 날, 키위와는 달리 부릅뜬 눈과 힘찬 날갯짓이 회사 전체에 가득할 것임을 확신한다. 직원 모두가 하나된 마음으로 ‘지금보다 나은 미래’를 위한 땀방울을 흘리는 한 세계 초일류의 경쟁력은 결코 멀기만 한 과제는 아닐 것이다.

배 동 만(제일기획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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