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기타]논쟁다운 논쟁을 위하여 '논쟁과 담론'

  • 입력 2001년 11월 16일 18시 15분


◇ 논쟁과 담론/ 윤평중 지음/ 465쪽 1만2000원 생각의나무

‘논쟁과 담론’, 책의 제목부터 논쟁적이다. ‘담론이론’을 전공하는 저자(한신대 교수·철학)는 이 책에서 자신이 관련된 논쟁을 정리하며 최근 한국 사회에서 벌어진 논쟁과 담론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바람직한 담론 이론과 담론 문화를 모색하고 있다.

“막말과 인신공격 수준을 위태롭게 넘나드는 강준만식 글쓰기는 한국 논쟁문화의 폭과 깊이를 확장시키는 데 오히려 부작용을 낳고 있다. … 인신공격적 실명 비판의 치명적 부작용은, 난무하는 독설의 와중에서 정작 깊이 있게 다루어져야 할 논제들이 왕왕 실종돼 버린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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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한 부분에서 홍윤기 교수의 비평은 내게 도움을 주었다. … 홍 교수에 대한 나의 재반론에서 담론이론의 틀이 조금이나마 더 분명해졌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홍 교수의 비평 덕분이다. 제대로 된 말싸움, 즉 이성적 논쟁은 서로를 성숙하게 만든다.”

저자는 자신과 논쟁을 벌인 상대에 대해 이처럼 때로는 부정적, 또 때로는 긍정적인 평가를 하며 그 장단점을 드러낸다.

논쟁과 담론의 당사자인 저자가 오늘날 한국 지식인들의 지적 태도를 비판하며 이런 책을 내놓은 것은 바로 “사회 구성원들 사이에 희미하게나마 남아 있는 대화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그 위에서 소통의 행로를 찾아보는 작업은 지식인의 고유한 책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 작업을 통해 그는 “불확정성의 시대에서 자꾸 모호해져 가는 지식인의 책임을 명료화시키려 한다”고 밝혔다. 그의 의도는 결국 논쟁과 담론을 통해 더 진전된 이야기를 만들어 갈 수 있는 생산적 담론이론과 담론문화를 형성하는 것이다.

미셸 푸코 식의 담론분석과 위르겐 하버마스 식의 담론검증이 상호침투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저자의 담론이론이 정작 담론 현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 받아들여질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하지만 이 책의 미덕은 오히려 저자 자신이 참여했던 논쟁의 과정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면서 독자들이 불완전하나마 담론문화의 바람직한 방향을 찾아가게 한다는 데 있다.

이 책에는 일상적 파시즘, 한국사회의 자유주의, 한국의 현대성과 포스트모더니즘, 미셸 푸코와 ‘지적 사기’ 등 철학 사상을 둘러싸고 한국에서 최근 몇 년 사이에 벌어졌던 논쟁들이 담겨 있다. 물론 저자의 글이 주를 이루지만, 논쟁 과정의 정확한 전달을 위해 저자 자신과 치열한 논쟁을 벌였던 논객들의 글들도 당사자들의 허락을 받아 함께 실었다.

저자의 이런 시도 뒤에는 한국사회에서 논쟁다운 논쟁을 아쉬워하는 사람들의 기대가 놓여 있다.

<김형찬기자>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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