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임종수/親환경 산업구조로 바꾸자

  • 입력 2001년 11월 13일 18시 33분


10일, 모로코의 유서 깊은 도시 마라케시에서 마침내 기후변화 방지를 위한 전지구적 협상이 막을 내렸다. 관계자들에게는 10년여에 걸친 긴 여정에 마침표를 찍은 역사적인 날로 기억될 것이다.

▼교토의정서 대책 찾아야▼

세계는 1992년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개최된 유엔환경개발회의에서 기후 변화로 인한 피해 방지를 위해 기후변화협약을 처음으로 타결지었다. 그리고 97년에는 기후변화 가스 배출에 대한 역사적 책임이 큰 39개 국가에 1차 공약기간인 2008∼2012년 5년간 1990년 배출량 수준에서 연간 약 5.2%를 감축하도록 하는 교토의정서에 합의했다. 그러나 그 구체적인 시행방안과 의무 불이행시 가해지는 제재 수준 등을 놓고 지루한 협상이 계속되다 이번에 제7차 당사국회의에서 최종적인 결론이 난 것이다.

이젠 각 국이 교토의정서를 비준해 정식으로 발효시키는 마지막 절차만 남아 있다. 유엔환경개발회의 10주년을 기념하고 지구환경 개선을 위한 ‘지속 개발을 위한 세계 정상회의’가 2002년 남아공의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리기로 되어 있어 교토의정서는 어떤 형태로든 그 전에 발효될 것으로 예상된다. 각 국 정상이 교토의정서 발효에 막대한 정치적 부담을 가질 만큼 기후변화는 세계 환경문제의 핵심으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우리나라가 그냥 바라보고만 있을 수 없는 처지라는 데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기후변화 가스 감축 의무가 없다. 그러나 기후변화 가스의 감축으로 경제가 위축되고 경쟁 우위를 지키기 어려워질 것을 우려하는 선진국들은 주요 경쟁 대상으로 부상한 우리나라를 오래 전부터 주된 공략대상으로 지목해 왔으며, 당장 교토의정서 발효 예상 시점인 내년부터 우리나라의 기후변화 가스 감축 의무 부담을 겨냥한 압력을 가할 것이다.

기후변화 가스 감축의 대가는 막대하다. 연구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가 기후변화 가스의 배출 감축 의무를 부담하면, 3차 공약기간이 시작되는 2018년을 기준으로 2∼7%의 경제활동 감소가 예상된다. 이는 연평균 경제성장률을 대략 2.5%로 가정할 때 15조∼50조원의 경제 손실에 해당한다. 이 수치는 우리나라가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더 늘어날 수도, 줄어들 수도 있지만 우리의 현실은 그리 희망적이지 못하다.

우리나라는 현재 에너지 사용량이 세계 10위권이며, 소득 1달러를 창출하기 위해 소비되는 에너지는 일본의 2배에 이른다. 이는 철강업 및 중화학공업 등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이 국가경제의 근간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에너지 사용 증가율도 공업국가 중 1위를 차지하고 있어 앞으로도 그리 개선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범정부적 기후변화대책위원회를 가동하고 있지만 아직 효과적인 종합대책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 관심도 부족해 석유를 100% 수입해 쓰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공회전이나 1인 탑승차량 등 곳곳에서 에너지 낭비 행태를 보이고 있다.

산업구조나 소비행태의 변화가 단기간에 성취할 수 없는 장기적인 과제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따라서 빠르면 2차 공약기간에, 늦어도 3차 공약기간에 감축의무가 부과될 것으로 예상되는 지금, 기후변화 가스 감축을 위한 정책이나 국민적 노력을 더 이상 늦출 수 없게 됐다. 정부는 대내적으로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구조를 고부가가치의 에너지 절약형 산업구조로 유도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아울러 원활한 물류 및 교통계획을 수립해 경쟁력을 높임과 동시에 에너지자원의 불필요한 낭비를 막아야 한다.

▼에너지 절약형 산업 유도를▼

하지만 우리나라는 공직자의 자리 이동이 너무 심해 책임감있고 해당 분야의 전문지식을 갖춘 행정가를 양성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다. 또한 국민도 우루과이라운드의 농산물협정 때처럼 계속된 경고에는 무관심하다가 일이 터진 후에야 정부만 탓할 것이 아니라 에너지 절약에 솔선수범하고 정부정책에 대한 감시와 격려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모든 위기는 기회와 동행한다. 정부, 기업, 국민 모두 합심해 능동적으로 대처함으로써 이번 마라케시 기후 협상의 타결을 국가경쟁력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임종수(광운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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