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과학 종교 윤리 서로 묻고… 답하고…

  • 입력 2001년 11월 9일 18시 42분


▼'과학 종교 윤리의 대화' 최재천엮음/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기획연구실 기획/353쪽 13000원▼

과학과 종교의 관계는 어떠한가? 이 시대의 과학은 어떤 윤리적 문제를 제시하는가?

이 책은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소식지 ‘자연과학’에 이런 물음을 가지고 수록된 글들을 모아 엮은 것이다. 생명공학부 최재천 교수가 과학 종교 윤리의 올바른 자리 매김을 위한 물음과 성찰을 위해 과학자를 주축으로 철학자 윤리학자 종교학자 등 23명의 전문가를 참여시켰다. 그동안 이와 비슷한 주제의 책들이 많이 나왔으나 근래에 출간된 책들 가운데서는 가장 폭넓고 심층적으로 문제들을 분석하고 대답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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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역사에서 종교와 과학 사이의 갈등은 르네상스 종교개혁 계몽주의를 거치면서 대립과 투쟁 속에서 상호관용을 통해 오랜 기간에 걸쳐 상호 자리매김의 과정을 거쳐왔다. 이 과정에서 초기에는 종교가 갈릴레오를 이단으로 몰아갔던 예에서 대표적이듯 교리(도그마)를 통해서 과학을 재단하려고 했다. 그러나 르네상스와 계몽주의시대를 거치면서 인간의 이성의 시대가 도래하자 ‘윤리’라는 매개를 통해 과학은 그 준거가 마련된다.

근대적 이성을 통해서 종교적 교조주의도 새롭게 윤리적 정향을 발견하게 되고 동시에 과학적 발전의 지향점을 제시함으로써 과학과 종교의 적대관계는 점차 해소되어 가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것은 그 동안에 있었던 이들 학문들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서 가능하게 된 것이다.

책에 실린 논문 중 ‘종교의 과학 읽기’(정진홍)와 ‘과학의 종교 읽기’(김희준)는 종교와 과학이라는 양자간의 ‘관계규정’이라는 매우 근본적인 문제로부터 이들간의 ‘대화’라고 하는 실천적 문제를 거쳐서 여러 과학기술의 영역에서 제기되는 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밖에 나머지 논문들은 오늘날 사회에서의 과학기술에 대한 국가정책과 과학교육 그리고 이와 관련된 페미니즘의 문제와 시민운동의 역할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문제를 접근하고 있다. 또 각 종교들이 ‘인간복제’의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 하는 것도 다루고 있다.

이 책은 오늘날 급격하게 발전하는 ‘과학기술 시대’에 다양한 종교관과 윤리사상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과학발전의 미래에 대한 지평과 함께 거기에 대한 윤리적 판단의 준거들을 제시해 주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요즘 과학발달로 제기되는 환경파괴문제와 함께 최근에 심각하게 등장하고 있는 생명공학을 통한 동물복제와 한 걸음 나아가서 인간복제의 문제로 인해서 과학윤리가 전 세계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이와 같은 오늘날의 종교적 윤리적 요청에 대해서 이 책의 저자들은 다양한 입장과 방식으로 그 대답을 시도하고 있다.

손규태(성공회대 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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