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허남욱/월드시리즈 단체정신의 미학

  • 입력 2001년 11월 8일 10시 43분


2001년 월드 시리즈가 드라마같은 숱한 명장면을 남기고 대미를 장식했다. 그 많은 화제 중에서도 22살의 김병현선수와 23세의 소리아노에게 일단 초점을 맞춰보자. 뉴욕 양키스의 소리아노는 5차전에서 승리타점을 친 주인공이었고 7차전 8회초서에서도 홈런을 작렬시켜 그대로 승패가 갈라졌더라면 월드시리즈 MVP에 선정될 공산이 컸던지 카메라의 앵글은 계속 그에게 집중되는 판이었다.

만약에 양키스의 4연패가 달성됐더라면 한 젊은이는 기고만장했을테고 반면 다른 한 청년은 패배의 멍에를 고스란히 짊어지는 충격과 좌절에서 평생 벗어나기 어려웠을 터다. 그러나 그의 팀 동료들은 그에게 밀려들 감당못할 비운을 좌시하지 않았다. 9회말의 역전승이란 기적 을 만들어 내고 말았던 것이다. 아울러 이는 전도 양양한 한 젊은이한테 재기하기에 넉넉한 우정어린 면죄부를 부여한 셈이 됐다. 그 역시 이번 시리즈를 통해 나는 동료들이 내 가족이라는 걸 절실히 느꼈다. 이겨도 우리가 이기는 것이고 져도 우리가 지는 것이다 라며 단체정신의 미학을 토로한 바 있다.

그렇다. 남이 있어야 나의 존재를 인지하게 되는 인간은 그런 사회적 유대를 통해 살아간다. 끝나는 순간까지 결코 끝난 게 아니다 (It s not over until it is over)라는 야구 명언처럼 인생 역시 마지막에 가서야 승부가 갈라지는 것이리라.

허남욱(부산 해운대구 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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