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추칼럼]기록(stats)이 갖는 여러 가지 맹점

  • 입력 2001년 11월 7일 17시 18분


스포츠를 '보는' 재미란 이루 말할 수 없이 즐거운 것이다. 좀 더 자세히 언급하자면, 스포츠를 보면서 재미를 느끼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경기 혹은 하일라이트를 '보는' 재미가 가장 즐거운 것일테지만, 다양한 기록 stats를 '보는' 재미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즐거움을 팬들에게 선사한다.

stats를 보면서 재미를 느끼는 정도는 stats의 세분화가 비대한 스포츠 종목일수록 더욱 강해진다. 이런 면에서 어마어마한 stats의 양을 자랑하는 야구가 최고일지 모르겠으나, 이 글이 야구 칼럼에 실릴 예정은 아니기 때문에 농구가 자랑하는 stats에 관한 얘기만 하도록 하겠다. (그리고 솔직히 야구 잘 모른다. --;)

누구나 한 번쯤은 NBA 공식 홈페이지나 ESPN, CNNSI와 같은 여러 스포츠 사이트를 통해 경기 박스 스코어, 리그 리더 현황, 선수들의 개인 기록 등을 검색해봤을 것이다. 이런 검색을 통해 우리는 출전 시간, 득점, 각종 슛 성공률, 리바운드, 어시스트, 스틸, 블락슛, 턴오버, 파울수 등의 카테고리를 찾아볼 수 있다. 이런 다양한 카테고리들은 팬들에게 여러 가지 즐거움을 선사한다. 특히 매 경기 박스 스코어의 경우, 경기를 직접 보지 못한 팬들로 하여금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는 매력을 갖고 있으며, 경기의 대략적인 양상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된다. 또 좋아하는 선수 혹은 유명한 선수의 시즌 평균 성적, 그리고 리그 리더표를 보면서, 선수 하나하나를 도마 위에 올려 이것 저것 썰어보면서 여러 사람들과 즐거운 노가리 경연장을 연출할 수도 있다.

stats는 분명 팬들에게 상당한 재미를 준다. 그러나, 경기 박스 스코어가 그 날 경기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건 분명 아니고, 선수 개인 기록이 그 선수의 전부를 설명해주지는 못한다. 단지 '대략적인' 면모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될 뿐이다.

우선 박스 스코어에 대한 얘기를 해보자. 2001년 4월 7일, 페이서스는 불스를 100-93으로 꺾었는데, 이 경기에서 페이서스의 Reggie Miller는 28득점을, Jalen Rose는 17득점 9어시스트를 기록했으며 불스의 Elton Brand는 30득점을 기록했다. 단순히 박스 스코어를 통해 하나의 헤드라인을 대충 만들어 본다면 이런 형식이 될 것이다. '밀러 타임! 페이서스, 브랜드가 분전한 불스 꺾어'

그러나, 그 날 경기의 영웅은 15득점 10리바운드를 기록한 페이서스의 Jeff Foster였다. 그의 기록은 Miller나 Rose에 미칠 바가 아니지만, 그는 3쿼터에 퇴장당한 기둥 센터 Jermaine O’neal의 유지(?)를 받들며 맹활약을 펼쳤다. 중요한 클러치 슛들을 성공시켰고, 결정적으로 4쿼터에서 Elton Brand를 1/3 FG로 제압해버렸다.

이렇게 박스 스코어는 누가 어떤 활약을 펼쳤다라는 대략적인 상황 파악은 가능할 수 있지만, 전체를 파악할 수 있게 하지는 못한다. 변수가 너무 많다. 원사이드 경기에서의 기록은 접전이 펼쳐졌던 경기에서의 기록과 의미가 상당히 다르다는 점을 하나의 예로 들 수 있으며, 위의 경기 역시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결코 단순 해석해서는 안 되는 stats들과 그에 따른 여러 얘기들을 지금부터 풀어 나가볼까 한다.

평균 득점과 필드골 성공률에서의 변수

평균 득점이라는 게 한 선수의 득점력을 파악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카테고리라고는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농구는 기본적으로 팀 스포츠이고, 팀 상황에 따라 개인의 상황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이는 해당 선수의 팀 내에서의 역할(role)과 비중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 97-98 시즌까지, 샌 안토니오 스퍼스의 David Robinson은 늘 꾸준히 20-10을 해주는 선수였다. 그러나, 그의 stats는 98-99 시즌, 평균 15.8득점으로 급감하게 된다. ‘제독’이 크게 망가졌기 때문에? 결코 아니다. 제1공격 옵션이 Tim Duncan에게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그는 여전히 위력적인 스코어러였지만, 슛을 자제해야만 했고 그것이 바로 감독의 요구 사항이었다.

그리고 평균 득점이 낮다고 해서 무조건 득점력이 낮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해당 선수의 출전 시간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 97-98 시즌, LA 레이커스의 Kobe Bryant는 평균 15.4 득점을 기록했는데, 최소 60경기 이상 뛴 선수들을 대상으로 하여 이를 48분 대비 득점력으로 비교해봤을 때, 이는 리그 전체에서 7번째로 높은 기록이다. 단 평균 26.0분만을 뛰며 만들어낸 기록이기 때문이다.

필드골 성공률이라는 개념도 한 번쯤 생각해 볼만 하다. 지난 시즌,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저스의 Bonzi Wells는 평균 12.7 득점을 해주면서 가드로서는 놀라운 53.3%의 필드골 성공률을 기록했는데, 이는 그가 점퍼보다는 포스트업을 선호하고 팀내 속공의 주요 마무리꾼임을 감안해보면 그리 놀라운 수치는 아니다. Wells와 비슷한 플레이 스타일을 보였던 Shandon Anderson은 97-98 시즌, 유타 재즈의 식스맨으로서 53.8%의 필드골 성공률을 기록한 적이 있는데, 이 경우 역시 마찬가지이다. 필드골 성공률에 의한 선수 평가를 할 때엔 반드시 각 선수의 슛 거리와 플레이 특성이 어느 정도 감안되어야 한다. 예전 칼럼을 통해 소개했던 바 있지만, 지난 플레이오프에서의 Allen Iverson처럼 팀 스타일과도 연관이 있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48분 대비 기록 & ATR(Assists/Turnovers Ratio)

위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48분 대비 기록은 stats만을 놓고 한 선수를 평가하는데 있어서 작은 도움이 되는 부분이다. 97-98 시즌, 디트로이트 피스톤스의 Jerome Williams는 평균 4.9리바운드를 기록했는데, 단순히 보면 이는 그다지 눈에 띄는 성적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를 48분 대비 기록을 환산해보면 리그 전체 15위(최소 60경기 이상 출전한 선수 대상)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Jerome은 리그 데뷔 때부터 각광받는 리바운더였고, 현 리그에서 몇 안 되는 리바운드 스페셜리스트이기도 하다. 다만 4.9라는 숫자가 이를 표현해주지 못했을 뿐이지 그의 능력은 48분 대비 기록을 통해 어느 정도 드러난다.

농구에서 주목할만한 몇 가지 비율 관련 기록이 있는데, 이 중에서 가장 유명한 건 아마도 ATR일 것이다. 총 어시스트를 총 실책으로 나눈 이 수치는 일반적으로 3.0이 넘을 경우 훌륭한 기록이다라고 얘기할 수 있다(물론, 주전급 선수일 경우에만). 이는 타 포지션에 비해 상대적으로 볼을 갖고 있는 시간이 많고, 패싱 게임의 리더가 되야하는 포인트 가드들의 안정성을 체크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자료 중 하나이다. 물론, 이 수치가 포인트 가드의 능력을 절대적으로 보여주는 건 결코 아니며,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는 가드들에게는 다소 불리한 기록일 수 있다. 역대 최고의 포인트 가드 중 하나라는 Magic Johnson의 통산 ATR은 2.89이며, Isiah Thomas는 그보다 더 낮은 2.46 수준이고, 현역 최고의 공격형 포인트 가드인 Stephon Marbury는 통산 2.55의 ATR을 기록 중이다. 참고로 포인트 가드의 교본 같은 존재라는 John Stockton의 경우, 통산 ATR이 3.75에 육박하고 있다.

잘 빼앗고 잘 찍는다고 해서 수비 잘하는 건 결코 아니다?

야구 stats 중에서 개인의 수비 능력을 어느 정도 구체화시켜줄 수 있는 필딩 개념의 수비 관련 stats들이 상당히 있다는 걸로 안다. 물론 농구에도 스틸과 블락슛이라는 수비 관련 요소가 있지만, 애석하게도 이는 개인의 수비 능력을 야구만큼 상세히 설명해주기에는 부족하다.

막말로 스틸 잘하고 블락슛 잘한다고 해서 수비 잘하는 건 결코 아니라는 말이다. 둘이 갖는 연관성은 물론 크다. 다만 NBA에서의 스틸은, 대부분 패싱 레인을 읽어내고 차단하는 능력을 갖고 있고 부단한 수비 움직임을 보이는 선수가 강점을 보이는 stats인데, 사실 이 것은 맨투맨 수비와 절대적인 관계를 갖고 있지는 않다. 지난 시즌, ALL NBA Defensive Second Team에 이름을 올린 Bruce Bowen의 경우을 살펴 보자. 그보다 더 많은 평균 스틸을 기록한 선수는 100 여명이나 되며, 그의 블락슛 기록은 초라하기 그지 없다. 그러나, Pat Riley가 발굴해낸 그 발군의 맨투맨 수비 능력 하나만큼은 가히 압권이었다! 하지만, 이를 설명해줄 수 있는 stats는 애석하게도 농구에선 존재하지 않는다.

블락슛. Marcus Camby는 블락슛에 있어선 인정받는 선수인데, 사실 이 선수는 페네트레이션 블락이 전문이다. 포스트업 수비에 있어선 파워에서 밀리기 때문에 블락 면에서 큰 재미를 보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블락슛’이라는 stats 하에선 그저 ‘뛰어난 블라커’라 불릴 뿐이다.

Allen Iverson은 대학 시절 2년 연속 Big East Conference 수비왕으로 선정되었던 바 있는 ‘수비 귀신’이다. 다만, 맨투맨 하에서 그를 위협하는 상대 장신 가드의 포스트업 공격에 크게 고전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인데, 그렇다 해도 비슷한 신장을 가진 페네트레이션 위주의 상대를 만날 경우, 그는 위력적인 수비수가 된다. 매년 평균 2개가 넘는 스틸을 기록한 그이지만, 그가 포스트업 수비가 약하다는 걸 발견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경기 자체를 통한 방법 외에는 있을 수 없다.

Air Jordan vs The Answer

stats는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다. 농구가 발전해오면서 꾸준히 함께 발전해온 것이 stats이며, 농구 경기의 변화를 나타내주는 것 역시 stats이다.

가끔 Michael Jordan의 30+ Ppg 시즌들을 예찬하며, 현재의 득점 머신들을 깔아 뭉개는 글들을 볼 수 있는데, 이 점에 대해선 다시 한 번 생각을 해봐야 한다. 물론, 농구에서 평균 30+ 득점이 갖는 의미는 대단하다. 그러나, 다음 자료들을 살펴보자.

Michael Jordan은 88-89 시즌, 평균 32.5 득점을 기록하며 득점왕의 자리에 올랐다. 그리고 당시 리그 평균 득점은 109.2점이었고, 평균 필드골 성공률은 47.7 %에 육박했다. 또한 당시 25개 팀들 가운데 평균 100득점 이상을 기록하지 못한 팀은 밀워키 벅스, 단 한 팀 뿐이었으며, 무려 9개 팀이 평균 110+ 득점을 기록했다.

Allen Iverson은 지난 00-01 시즌, 평균 31.1득점을 기록하며 득점왕의 자리에 올랐다. 그리고 당시 리그 평균 득점은 94.8점이었고, 평균 필드골 성공률은 44.3 %에 불과했다. 두 stats의 감소는 90년대를 전후로 수비 농구가 차츰 리그의 주류로 자리잡았다는 점과 슈터들의 부재 등을 그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다시 하던 얘기를 계속 해보자. 29개팀 가운데 평균 90득점 이하를 기록한 팀은 세 팀이나 있었고, 평균 100+ 득점을 기록한 팀은 불과 네 팀에 지나지 않았다.

리그 평균 109득점 시대에서의 30+ Ppg와 리그 평균 94득점 시대에서의 30+ Ppg 중에서 어떤 것이 더 높은 가치가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가? 참고로 Jordan이 마지막으로 30+ Ppg 시즌을 보냈던 95-96 시즌의 리그 평균 득점은 99.5점이었다.

이 내용을 통해 Jordan을 비하하고자 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기왕 stats 얘기가 나온 김에 Jordan의 복귀로 인해 간간히 행해지고 있을 법한 Jordan과 젊은 슈퍼 스타들 간의 비교에 있어서 하나의 변수를 생각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시대가 다르면 stats의 개념에 있어서도 큰 차이를 보이는데, 이러한 변수들을 무시한 채 시대를 뛰어 넘는 직접적인 비교를 한다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

자료제공: 후추닷컴

http://www.hooc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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