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건강]천식 "담배 끊고 찬공기 피하세요"

  • 입력 2001년 11월 6일 18시 55분


서울 신림동에 살던 김모씨(35·회사원)는 천식이 있는 아들 때문에 최근 시내 중심가의 S대학병원 주변으로 이사했다. 아이가 언제 천식 발작을 일으킬 지 몰라 마음을 놓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얼마 전 아들이 천식발작으로 호흡이 마비되었을 때에는 다행히 구급차가 빨리 도착했고 병원에서도 응급실 의료진이 신속하게 조치해 화를 면했다. 하지만 다시 그런 일이 생겼을 때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다면 끔직한 비극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절감했다. 결국 병원 가까운 곳으로 집을 옮겼다.

천식은 대표적인 선진국형 질환이다. 미국이나 유럽의 통계에 따르면 인구의 10% 정도가 천식을 앓고 있다. 한국도 소아의 경우 1980년대 5.6%, 1990년 10.1% 1997년 14.5%가 천식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나 증가 추세다. 특히 소아 천식은 겨울에 여름보다 배나 많이 발생한다.

성인의 경우 서울대병원 알레르기 내과 조상헌 교수가 최근 치료를 요하는 성인 천식환자를 나이별로 조사한 결과 20대엔 2.1%, 30대엔 3.8%, 50대엔 4.9%에서 60대엔 11.8%로 급격히 높아져 고령화 사회가 진전될수록 천식 문제도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됐다.

▽천식〓숨길(기관지)에 염증이 생기는 병. 특히 찬 공기, 자극적인 냄새, 담배 연기, 매연 등에 노출될 때 흔히 생긴다. 염증이 생기면 숨길의 점막이 붓고 이 때문에 공기가 흐르는 길이 막혀 숨이 차게 된다. 따라서 천식 치료는 염증을 줄이는 것이 첫번째다.

대표적인 항염증 치료제로는 스테로이드, 크로몰린 소디움, 네도크로빌 소디움 등이 있다. 최근엔 기관지에 염증을 증가시키는 류코트리엔이라는 물질을 억제하는 치료제가 사용되고 있는 추세다.이 중에서 가장 강한 약은 스테로이드이며 주변에서 흔히 보듯이 입속에 뿌리는 흡입제로도 사용되나 증상이 아주 심할 땐 먹는 알약을 사용한다.

▽치료법〓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효과가 즉시 나타나는 ‘속효성 흡입 증상 개선제’이고 다른 하나는 효과는 즉시 나타나지 않으나 천식의 원인인 염증을 치료하는 ‘지속성 치료 및 예방약제’가 있다. 전자의 대표적인 약은 기관지 확장제이며 베타2항진제, 흡입 항콜린제, 속효성 테오필린 등이 있다. 후자의 대표적인 것은 스테로이드, 크로몰린 소디움, 네도크로밀 등이 있다.

서울중앙병원 호흡기내과 이상도교수는 “환자들이 증상 개선 효과가 빠른 전자만 찾는데 이는 치료제가 아니므로 결국 병을 악화시킨다”면서 “천식치료는 후자를 기본적으로 꼭 사용하며 전자는 증상을 완화시키기 위해 필요할 때만 보조적으로 사용해야한다”고 말했다. 알레르기에 많이 사용되는 염증치료제로 항히스타민제가 많이 개발, 시판되고 있으나 천식 치료에는 그다지 효과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면역요법〓면역요법은 천식을 악화시키는 원인물질이 무엇인지는 알지만 원인물질을 피하기 어려울 때 사용된다.집먼지진드기, 꽃가루, 고양이 털, 벌독 등 원인물질에 대한 면역을 강화하기 위해 항원을 만들어 주사로 조금씩 투여해 면역력을 기르는 방법이다.

반응초기엔 1주 간격, 일정기간이 지나면 한 달에 한 번 면역주사를 맞는다. 치료기간은 3년 정도이므로 환자의 의지가 중요하다. 치료 시작 2년 이내에 효과가 없으면 중단한다. 면역주사의 부작용으로 쇼크, 천식발작, 부종, 통증 등 과민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현재 ‘안티-IgE’나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등 다양한 면역치료제가 나오고 있으나 아직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

▽발작시 예방법〓천식 발작이 오면 당황하지 말고 기관지 확장제인 흡입성 베타2 항진제를 2∼4회씩 흡입하게 한다. 20분 간격으로 이 과정을 3번 반복한다. 증상이 호전되면 4시간 정도 지켜보다가 흡입 스테로이드 용량을 2배 늘려 사용한다. 발작 사실은 추후 담당의사의 정기진찰을 받을 때 알려주는 것이 좋다.기관지 확장제를 사용해도 증상호전이 없거나 숨이 차 밤잠을 이루지 못하거나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곧바로 병원 응급실을 찾아간다.

천식발작을 예방하려면 집먼지, 꽃가루 등 천식유발 물질을 최대한 피한다. 계절의 변화로 천식이 생기는 사람은 발생 한달 전 천식 치료양을 늘린다. 축농증이나 속쓰림을 일으키는 위식도역류 등도 천식을 유발 할 수 있어 곧바로 치료해야한다. 감기에 조심해야 하며 겨울철 독감예방주사는 꼭 맞도록 한다.

<이진한기자·의사>likeday@donga.com

▼기관지 천식의 자가진단법▼

①찬 공기를 쏘일 때나 담배연기 매연 연탄가스 음식냄새 칠 냄새 등에 노출될 때, 혹은 밤이 되면 가슴이 답답하거나 숨이 차고, 거친 숨소리가 나거나 기침이 발작적으로 이어진다

②감기가 걸리면 숨이 차고 거친 숨소리가 들리거나 기침이 한달 이상 오래 지속된다

③운동 중에 혹은 운동 직후에 숨이 차고 쌕쌕거린다

④근무 중이면 숨이 차고 쌕쌕거리다가도 휴가땐 괜찮다

⑤매년 봄이나 가을에 기침이 한달이상 지속되거나 숨이 차다

⑥시험 때나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심할 때 숨이 차거나 쌕쌕거린다

⑦가족 중 천식이나 알레르기 비염 환자가 있고 간혹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차다

위 항목 가운데 한가지 이상에 해당하면 알레르기 천식 전문의사를 찾아 진찰을 받아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천식 유발 집먼지진드기 퇴치법▼

집먼지진드기 때문에 천식 발작을 일으키는 경우가 흔하다. 집먼지진드기(사진)는 습기가 많고따뜻한 실내의 집 먼지 속에서 주로 사람의 살갗에서 떨어지는 비늘(비듬)을 먹고 산다. 집먼지진드기는 1g의 먼지 속에 수백∼2만 마리까지 발견된다. 침대 매트리스, 양탄자, 천으로 된 소파, 옷, 자동차 시트 등에 주로 산다. 천식 환자가 있다면 집먼지진드기의 온상인 카펫이나 천으로 된 소파를 집 안에 들여놓지 않는 것이 좋다. 불가피한 경우 이불이나 요, 침대 매트리스 등의 침구에 집먼지진드기가 통과할 수 없는 폴리우레탄 성분의 커버를 씌우는 것이 좋다. 커버는 주 1회, 섭씨 55도 이상의 뜨거운 물로 세탁한 다음 뜨거운 공기가 나오는 건조기나 햇볕에 말린다.

집먼지진드기는 섭씨 25도, 습도 80% 정도에서 잘 번식하므로 실내온도는 20도 이하, 습도는 50% 이하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 청소땐 먼지가 날리지 않도록 물걸레나 진공청소기를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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