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국민-주택 완전통합 먼길…전산망 1년뒤에나 통합

  • 입력 2001년 10월 30일 18시 38분


서울 마포구 신용보증기금 건물에는 국민은행 지점이 2개나 된다. 11월1일 ‘합병 국민은행’이 출범하면 1층의 국민은행 마포지점 외에 4층의 주택은행 신용보증기금 출장소도 국민은행 지점이 되기 때문이다.

1년 후 두 은행의 전산망이 완전 통합될 때까지는 두 은행의 ‘외형’은 그대로 유지된다. 주택은행 직원들도 전산망 통합까지만 사용할 새 명함을 만드느라 바쁘다. 명함엔 ‘국민은행 주택 ○○지점’이라고 기재했다가 전산망이 통합되면 다시 ‘국민은행 ○○지점’으로 바꿔야 한다.

고객들의 은행 이용도 전혀 달라지지 않는다. 양 은행은 “합병 이후에도 한동안은 상대 은행을 전혀 이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갈길 먼 실질통합〓국민은행 노조는 열흘이 넘도록 본점 로비에서 ‘김정태 행장 반대’를 내세우며 ‘릴레이 단식 투쟁’을 벌이고 있다.

국민은행 본점에서 근무하는 평직원 정모씨(37)는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합병을 이틀 앞둔 30일에도 팀장급 이하 인사가 나지 않았다. 인사가 난 본부장과 팀장들도 벌써부터 내년 3월에 있을 인사로 신경이 날카롭다. 주택은행의 한 관계자는 “합병 초기엔 대부분의 주요 부서가 본부장과 팀장이 국민 주택 출신의 2명으로 꾸려졌다”며 “김 행장은 내년 3월까지의 성적으로 최후의 ‘승자’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대규모 ‘물갈이’로 한바탕 소용돌이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합병은행의 미래와 파장〓자산규모가 185조원에 이르는 대형 합병은행은 국내 가계대출의 62%, 총수신의 36%를 점유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다 합병은행이 인원 감축과 점포 축소에 나서는 대신 고액자산가를 위한 자회사를 설립하는 등 ‘공격적 소매금융’을 전략으로 내세우자 하나 한미 서울 등 소매금융에 주력해온 소규모 은행들이 긴장하고 있다. 국민은행의 고위 관계자는 “1100여개에 이르는 점포를 향후 2000개 수준으로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개발연구원의 나동민 박사는 “합병은행이 중복업무를 없애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이라며 “소규모 은행들은 합병으로 규모를 키우든지 틈새시장만을 공략하든지 선택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합병은행이 소매금융에만 전력하는 것은 위상에 맞지 않을 뿐더러 국내 금융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나연기자>larosa@donga.com

합병은행 현황(단위:조원,%,명,9월말 기준)
총자산185.3임직원 수19,410
총수신142.3점포수(국내·개)1,124
총여신110.6자기자본비율(BIS)10.67
자기자본 8.4ROA, ROE1.25, 24.11
당기순익 1.6대주주 구성정부 9.6, 골드만삭스 6.9,ING 4.0
ROA는 자산수익률,ROE는 자기자본이익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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