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반쪽짜리 자립형 사립고

  • 입력 2001년 10월 21일 19시 14분


교육인적자원부가 학생 선발과 등록금 책정 자율권을 인정하는 자립형 사립고 5개교를 확정해 발표했으나 한마디로 실험 수준에도 못 미쳐 실망스럽다. 내년부터 실시되는 학교는 3개뿐이고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은 단 한 곳도 포함되지 않았다. 자립형 사립고는 본래 평준화 제도의 폐해를 부분적으로나마 개선하기 위한 구상인데 비평준화 지역에 자리잡은 이들 학교는 이미 자체적으로 신입생을 선발하고 있어 실험 목적을 달성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자립형 사립고의 출범이 이처럼 위축된 것은 수도 서울의 교육감이 ‘중3병 부활 우려’를 이유로 신청학교 19개교 중 단 한 곳도 추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평준화의 기본 틀을 깨는 대대적인 개혁이 아니고 시범적이고 실험적인 도입에 불과한데도 그것마저 거부한 폐쇄성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당초 계획대로 시도별 1, 2개교씩, 30개교 정도는 실시했어야 자립형 사립고의 본격적인 도입에 앞서 다양한 실험이 가능했을 것이다.

평준화 제도가 도입될 시기에 중학교의 고교 입시기관화에 따른 폐해와 과외 열풍을 모르는 바 아니며 여건이 충분히 갖추어 지지 않은 상태에서 평준화의 기본 틀을 깨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시도라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나 평준화로 인한 영재들의 하향 평균화를 시정하기 위해서는 고교 교육의 다양화와 특성화를 지금보다 확대할 필요가 있다. 평준화 제도의 예외적인 교육기관으로 과학고와 외국어고 등이 있지만 교육 수요자들의 갈증을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매년 초중고교생 2만명 가량이 더 나은 교육을 받기 위해 외국으로 떠나고 있다. 우수한 영재들의 창발성을 억누르는 평준화 제도에 예외적인 조치를 늘려 숨통을 터놓지 않으면 교육이민 행렬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교육 평등을 명분으로 우수한 영재들을 평균에 두들겨 맞추는 교육은 국가의 낙후를 초래하게 된다. 지식정보화 사회에서는 우수한 영재들의 많고 적음에 따라 국가 경쟁력이 좌우된다.

일부 교육단체는 자립형 사립고에 대해 ‘입시 명문고’ ‘귀족고’의 부활이라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이들이 지적하는 부작용을 경계하면서 국가발전 전략과 연계한 우수한 영재의 창발성 교육 방안을 찾아내기 위해 각계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 비록 초라한 출범이지만 이번에 선정된 5개교가 자립형 사립고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넓힐 수 있도록 성공적으로 운영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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