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일수/사법에의 국민참여

  • 입력 2001년 10월 21일 18시 36분


보통 사람들은 죄와 벌의 내면을 이해할 수 없다. 카프카의 소설 ‘성(城)’에서처럼 사람들은 그 성 안에서 일어나는 죄와 벌의 과정과 논리를 알기 어렵다. 마치 비밀상자 속에서 벌어지듯 하는 죄와 벌의 심판을 바깥에서 헤아리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심재륜씨의 파면과 복직의 드라마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눈은 그리 흔치 않을 것이다.

▷최근 벌어진 몇 가지 사건에서도 죄와 벌의 본질을 다시 묻게 된다. 이용호 게이트의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들 때문만이 아니다. 소용돌이에 휩싸인 검찰 고위간부들은 자리를 털고 떠났다. 김형윤 전 국가정보원 간부의 사법처리가 우여곡절 끝에 이루어진 내력 또한 흥미롭다. 책임질 사람은 또 없는가. 특이한 공직자상을 보여 준 안정남 전 건설교통부장관의 재산형성 과정도 의문투성이다. 그런데도 장관직 사퇴로써 의혹이 끝나는 것인가. 요즘 쏟아지는 각종 비리의혹까지 감안하면 검찰의 팔이 10개라도 비리의 봇물을 다스리기에 역부족일 것 같다. 오죽했으면 폭로성 비리 발설자를 오히려 죄와 벌 아래 둔다는 말까지 나올까.

▷그렇다고 풍설도 수사 단서일진대 정치적인 폭로성 친절을 법률적 무례로 답할 수는 없는 터이다. 문제는 사법기관이 수고하고 뺨 맞을 일을 당하지 않는 방도가 없을까 하는 점이다. 진실 발견을 위한 적극적인 의지와 그에 대한 세간의 신뢰를 높일 방도는 없을까. 검찰 스스로 비리의혹에 연계된 사건일수록 조직 내의 온갖 안간힘도 한계에 부닥칠 수밖에 없을 테니까.

▷특별검사제가 등장하지만 특검도 검찰의 신뢰를 북돋울 수 없다. 아니 탁월한 특검일수록 검찰의 얼굴에 더 뜨거운 일격을 가할 가능성이 높다. 신뢰받는 검찰로 거듭나려면 아예 검찰권 행사에 국민 참여의 길을 터놓는 게 어떨까. 전문성과 조직성이 검찰의 생명이긴 하지만 자의성(恣意性)을 막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수사와 소추 모든 절차에 국민 참여가 가능해지면 편파 시비가 사라지지 않을까. 사법에도 국민 참여의 길은 없을까 생각해 본다.

김일수 객원 논설위원(고려대 법대 교수)

ilsukim@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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