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역사를 분류할 새 잣대 '정보도시'

  • 입력 2001년 10월 19일 18시 57분


정보도시/마뉴엘 카스텔 지음 최병두 옮김/440쪽 2만4000원 한울아카데미

마르크스는 ‘생산의 양식’이란 개념으로 역사 체제의 발전을 설명하고자 했다. 그에게 있어서 생산의 양식은 생산력과 생산관계로 구성된 사회적 관계의 물질성을 중요한 특징으로 한다.

하지만 토플러의 ‘제 3의 물결’이 몰고 온 정보통신기술의 혁명으로 인해 사회적 관계는 탈물질적인 정보의 거래와 활용을 둘러싸고 재조직되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를 주목한 미국의 사회학자 마뉴엘 카스텔은 ‘정보양식’이란 개념을 찾아내 마르크스의 ‘생산의 양식’을 대체하고자 했다. 1989년 처음 출간됐던 이 책은 그가 ‘정보양식’이란 개념을 사용해 근대자본주의의 시공간적 변화를 독창적으로 분석해낸 저서다.

카스텔이 정보양식이란 개념을 창안하게 된 것은 오늘날 기술혁명이 인간생활에 미치는 변화가 거의 혁명에 가깝다는 점에 각별히 주목했기 때문이다.

그에게 있어 정보기술이 펼쳐 놓은 약속은 창조성과 커뮤니케이션의 무한지평을 넓혀 우리의 경험영역을 내적 자아로부터 외적 우주 전반에 걸치게 해준 점이다.

이런 광범위한 역사적 전환의 맥락에서 새로운 정보기술이 가져 온 시공간적 차원을 분석하는 것이 이 책의 내용이다.

이 책의 제1장에서는 정보발전양식이 자본주의의 재구조화를 가져오는 것을 설명하는 이론적 틀을 제시하고 있다.

이런 이론 틀에 근거해서 제2장에서는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대기업들이 생산으로부터 유통과정 전반을 조직하는 가운데 형성되는 새로운 산업공간의 출현을 주목하면서 정보양식의 현실적 양태를 보여주고 있다.

제3장에서는 서비스 및 사무활동에서 정보기술이 사용되는 공간적 효과를 분석하면서 ‘흐름의 공간’이란 개념을 도출한다.

‘소통적 기술’이라 부르는 정보기술이 활용되는 사회적 과정은 그 내부에서 관련된 모든 단위와 조직들을 네트워크로 묶는 동시에 그들 사이에 상호소통적 의미를 끊임없이 흐르게 한다.

이 흐름이 주는 효과는 장소 고착적인 근대적 삶의 질서, 이를테면 자본과 노동의 계급적 관계, 국가와 사회의 관계, 국가간 관계 전반을 탈영토화하여 재조직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제4, 5, 6장은 ‘자본과 노동간의 새로운 관련성’, ‘복지국가에서 전쟁국가(혁신과 경쟁을 추구하는 국가)로의 전환’, ‘경제의 국제화’로 각각 나누어 ‘흐름의 공간’이 주는 효과를 분석하고 있다. 정보도시는 이런 거시적인 공간사회적 변화의 요람이다.

카스텔은 1996∼1997년 사이에 ‘네트워크 사회의 등장’, ‘정체성의 권력’, ‘천년의 종언’이란 3부작을 냈었다. 그는 이 책들을 베버의 ‘경제와 사회’, 마르크스의 ‘자본론’에 버금가는 20세기 마지막 불후의 명작으로 남기기 위해 출판했다고 고백했다.

그의 이런 의도는 바로 이 ‘정보도시’에서 싹텄던 것이다. 정보도시는 현대성의 변화를 추적해보는 길잡이와 같은 것이란 점에서 일상을 사는 보통의 시민들도 일독해야 할 책이라 할 수 있다.

조 명 래(단국대 교수·도시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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