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의 자아경영]감정의 이성적 통제 가능할까

  • 입력 2001년 10월 19일 18시 57분


▼'감정과 이성' 리처드 래저러스, 버니스 레저러스 지음/398쪽 1만2000원/문예출판사 1997년▼

인간은 감정적인 동물이다. 모욕을 받거나 한 대 맞으면 분노하여 보복하고 응징하려한다. 감정만큼 ‘관계’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도 드물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우리는 감정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감정은 의미부여의 산물이다. 저녁에 퇴근한 남편에게 아내가 말을 걸었다. 남편은 아내의 말에 건성으로 응답했다. 아내는 남편이 자신을 모욕한다는 생각에 화가 났다. 다음 날 아침 남편은 어제 퇴근하기 전 감원이 있을 예정이라는 말을 들어 심란했다고 말한다. 아내는 당황한다. 엊저녁 남편의 무성의한 응답은 자신을 무시한 것이 아님을 알게 되면서 분노는 죄책감으로 변하고, 다시 애정으로 바뀌게 된다. 이러한 감정적 변화는 동일한 상황이 부여하는 ‘의미’를 다르게 해석함으로써 생겨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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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감정이 이성적 판단과 무관하지 않다는 근거가 된다. 그렇다면 감정은 통제되고 관리될 수 있다. 이 말은 단순히 어떤 감정, 예를 들어 분노를 표현하지 않거나 다른 형태로 변형시켜 표현한다는 것이 아니다.

어떤 사람에 대한 분노는 그 사람이 힘이 센 경우 은폐될 때가 있다. 분노는 일어나지만 참는다는 뜻이다. 참아서 눌러진 것 같다가도 그 상황이 다시 생각나거나, 그 사람을 다시 보게되면 그 분노가 치솟아 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 경우 분노는 해소된 것이 아니다. 감추어졌을 뿐이다. 또 경우에 따라 당사자에게 표현하지 못한 분노는 다른 약한 사람에게 전치되어 폭발하기도 한다. 이것은 우리가 바라는 바가 아니다.

어떻게 근본적으로 관리하고 통제하는 방법은 없을까? 가장 좋은 방법은 자극에 대한 해석 자체를 달리하는 것이다. 앞에서 든 예에서처럼 남편의 무심한 대꾸에 대한 의미 해석을 바꾸어 줌으로써 다른 감정으로 전환할 수 있듯이 감정에 대한 의미를 재해석 함으로써 부정적인 감정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다. 많은 경우 부정적 감정은 상대방에게 복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죽이고 있는 것임을 명심해야한다.

이 책은 분노, 불안, 공포에서 부터 사랑, 질투, 희망 등에 이르기까지 15가지 감정들에 대한 깊이있는 성찰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일상적인 사례를 읽으며 고개를 끄덕이다 보면 한 권의 책을 덮게 되고, 우리는 그동안 우리를 지배해 온 감정의 정체에 대해 꽤 괜찮은 시각 하나를 얻게 된다.

구본형/변화경영전문가(bhgoo@bhg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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