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검찰이 의혹 규명해야

  • 입력 2001년 10월 19일 18시 42분


경기 성남시 분당의 백궁 정자지구 개발을 둘러싸고 연일 새로운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작은 건설업체가 대형 건설업체에서 포기한 땅을 수의계약으로 사들인 직후 도시설계가 변경돼 땅값이 오르고 주상복합아파트를 지을 수 있게 된 경위가 아리송하다. 건설업체가 막대한 이익을 챙기는 과정에 토지공사, 성남시 그리고 정치권이 관련됐다는 것이 한나라당 주장의 골자다.

소속 의원이 거론될 지경으로 파문이 확산되자 민주당은 당 4역회의를 가진 뒤 대변인이 “초점은 정치권력의 개입 여부가 아니라 성남시, 토지공사, 건설업체 간의 관계에 모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치권력의 개입 여부가 이 사건의 초점이 아니라고 단정하는 것은 섣부른 예단(豫斷)이다. 아직까지 확실하게 드러난 것은 없지만 정치권력이 성남시와 토공을 움직여 건설업체에 이익을 주었다면 그것이 바로 초점이다.

민주당 대변인은 “비리가 있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처벌한다는 게 우리 당의 입장이나 아직 특별히 드러난 게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나라당에서는 정치권 실세 개입설을 구체적으로 내놓고 있다. 불거진 의혹을 이대로 덮어버리면 정부 여당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민주당 주장대로 토공 성남시의 문제라면 검찰이 수사에 나서는 것을 주저할 이유가 없다.

그동안 제기된 의혹은 토지공사가 H개발에 토지를 매각한 과정, 성남시가 H개발이 사들인 토지를 용도 변경해준 경위 등 두 갈래로 요약된다. 소규모 업체가 군인공제회와 대기업의 컨소시엄을 제치고 매매계약을 성사시킨 배경에 대한 의문이 먼저 해소돼야 한다. 토지공사는 공제회가 대토(代土) 등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해 H개발과 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해명했으나 수의계약으로 주변 땅에 비해 싼 가격에 판 경위가 석연치 않다.

다음으로 성남시가 문제의 땅을 주상복합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일반 상업지구로 도시설계를 바꿔준 경위다. 성남시는 ‘용도변경은 시장의 선거공약이었고 도시설계 평균 용적률이 314%에 불과해 땅을 산 사람들이 별로 이익을 못 보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일부 주민의 반대를 무릅쓰고 H개발이 땅을 매입한 직후에 용도 변경이 이뤄진 것에 대해서도 말이 많다.

이 모든 의혹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검찰 수사가 불가피하다. ‘의혹 부풀리기’라느니, ‘의혹 덮기’라느니 하는 공방을 그만두고 흑과 백을 가리는 수사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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