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류재갑/6·25가 과연 통일시도 였나

  • 입력 2001년 10월 12일 18시 54분


6·25전쟁은 ‘성공하지 못한 통일시도’였는가? 이 질문은 지난달 29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국군의 날 행사 기념연설이 제기한 시중의 의혹과 비판의 핵심이다. 행사가 끝난 이후 2주일 동안 언론에 간략히 소개됐을 뿐이지만 예비역 장성단체인 성우회가 8일 ‘김 대통령의 6·25 인식에 대한 공개질의서’를 내고, 이어 국회에서 두 야당의원이 대통령의 인식을 비판하면서 국민의 의혹과 불안이 증폭되고 있다.

▼남침 정당하로 귀결될 수도▼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 여당의 반응은 한반도 평화정착의 필요성과 평화적 통일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 목적이었으므로 진의를 오해하거나 왜곡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래서 문제의 본질과 6·25 당시의 역사 현실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 작업은 연설문 내용에 대한 분석적 검토와 6·25 당시의 역사 현실을 검토하는 두 가지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김 대통령의 연설 중 관련 내용의 원문은 다음과 같다. “우리 역사를 되돌아보면 세번의 통일시도가 있었습니다. 신라의 통일과 고려의 통일, 이 두번은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세번째의 통일시도였던 6·25전쟁은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 세번 모두가 무력에 의한 통일시도였습니다. 그러나 이제 네번째의 통일시도는 결코 무력으로 해서는 안됩니다. 반드시 평화적으로 해야 합니다. 지금은 남북이 엄청난 대량학살무기를 가지고 대치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민족의 안전을 위해서나 장래의 번영을 위해서나 반드시 평화통일의 길을 가야할 것입니다.”

인용한 연설문 앞에 나온 내용은 지식기반경제 발전으로 평화를 확립해 평화통일을 하자는 것이고, 후속 부분은 지식기반경제와 남북간 평화와 교류협력을 강조하는 것이다. 정부 여당은 전후 구절의 내용과 인용한 후반부의 내용을 들어 평화통일을 강조하기 위해 6·25전쟁을 실패한 통일시도라고 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6·25 관련 내용과 전후 구절에는 의미상의 연관성은 있어 보이나 논리적 연계성을 찾기 힘들다. 인용한 연설문에는 두가지 문제가 있다. 신라의 통일과 고려의 통일이 당시 왕국의 통일시도였다고 인정하더라도 6·25전쟁이 과연 통일시도였는지, 그리고 구체적으로 어느 쪽의 시도였으며 어떤 행동이 통일시도에 해당되는가 하는 문제이다. 아무리 따져봐도 통일시도의 주체가 남쪽인지 북쪽인지 알 수 없고, 6·25 당시 양측의 어떤 행동이 통일시도였는지도 알 수 없다. 이 점에 대해 김대통령은 분명한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

이제 전쟁 당시의 역사적 현실로 돌아가 보자. 6·25전쟁의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논의와 설이 있다. 이승만(李承晩) 대통령의 반공정권 강화를 위한 북진통일정책 때문이라거나 남북 양측의 권력투쟁의 확대 또는 미국의 대소련 봉쇄를 위한 기지형성 전략상의 명분 축적을 위한 남침유도설 등 수정주의 시각도 있다.

그러나 이데올로기적 편견과 관념적 허구를 떨쳐 버리고 당시의 역사 현실을 있는 그대로 평가한다면 6·25전쟁은 스탈린과 마오쩌둥(毛澤東) 및 김일성(金日成)이 합작한 반국제법적인 불법기습 남침행위였고 동족상잔의 반민족적 행위였다. 남침이라는 역사적 사실이 명백히 드러나자 북한은 남침을 ‘인민해방전쟁’이라고 정당화했다.

▼대통령이 직접 해명해야▼

그래서 6·25전쟁을 북쪽의 무력 통일시도라고 해석하는 경우에는 북한측의 ‘인민해방전쟁론’을 ‘통일시도론’으로 규정해 남침을 정당화하는 결과가 된다. 만일 남한이 무력북진통일을 시도했다고 해석하면 남한이 불법으로 북침했다는 것이 된다. 또 총반격 당시 38선을 돌파하면서 무력북진통일을 시도했다고 하면 이는 논리적으로나 역사현실로도 수긍이 된다. 유엔과 미국의 38선 돌파 결정의 목표가 당시로서는 분명치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통일의 기회가 찾아왔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처음부터 의도한 것은 아니었고, 단지 실지 회복작전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김 대통령은 다수 국민의 의혹과 불안과 걱정, 그리고 분노를 해소하고 나라의 정체성을 확실히 하기 위해 부적절한 표현이라는 비판에 대해 직접 해명해야 한다. 만일 국민이나 야당 정치인들이 진의를 오해하거나 곡해하고 있다면 이를 바로잡을 책임도 김 대통령에게 있다.

유재갑(경기대 통일안보대학원장·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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