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지칼럼]한국에 관전문화는 존재하는가

  • 입력 2001년 9월 27일 17시 53분


2002년 월드컵 한국 경기의 예매율은 94%.

하지만 한국에서 펼쳐지는 다른 나라의 경기 예매율은 고작 6%.

스포츠 자체에 대한 열정보다는 자신의 선호하는 팀에 대한 맹목적인 추종 현상을 보이는 것이 한국 스포츠의 현실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현상이다.

그렇다.

한국 스포츠에서는 아무리 훌륭한 플레이를 펼치는 팀이라 하더라도 자신과 관계가 없으면 완벽하게 남의 잔치에 불과하다.

25일 부산 사직구장.

2001 프로야구 정규시즌 우승팀이 삼성으로 확정되는 순간이었지만 불행히도 그 장소가 앙숙(?) 롯데의 홈구장이었다.

경기가 중반에 접어들면서 삼성의 승리가 눈앞에 다가오자 삼성관계자들은 긴장하기 시작했다.

그동안의 관례로 보나 최근 롯데와의 관계(호세와 배영수의 격투기 사건)으로 보나 결코 부산갈매기들이 가만있지 않을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3-1로 삼성이 승리하자 물병과 쓰레기통이 그라운드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터지는 구호들은 '김응용, 사과해!', '배영수, 나와!'.

우승을 차지한 김응용 감독이 무엇을 사과하란 말인가?

또 배영수가 나오면 어쩌겠다는 것인지....

경기장을 찾은 8,000여명의 관중에게 박수갈채를 받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기념촬영은 좀 그럴싸하게 하는 것이 당연할텐데 삼성의 기념촬영시 관중석은 텅 비어있었다.

몇몇 관중만이 3루 덕아웃 쪽에 몰려 있었을 뿐이다.

물론 3루 덕아웃에 몰려든 일부 팬들의 목적은 단 하나였다.

롯데의 안방에서 우승을 확정지은 삼성을 응징하기 위함이었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런 행동이 계속될까?

그라운드에 쏟아지는 물병과 각종 오물, 그리고 침세례.

메이저리그에선 배리 본즈(샌프란시스코)가 한 시즌 최다 홈런 신기록 달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상대 투수들은 결코 그를 피해가지 않고 정면승부를 선택해 진정한 스포츠맨쉽을 보여주고 있다.

또 관중들은 홈팀여부를 떠나 그의 홈런포에 기립박수를 보내주는 성숙함을 드러낸다.

한편 국내에서 홈런왕 경쟁을 펼쳤던 이승엽과 호세는 걸어나가는 게 거의 본업일 정도로 상대 투수들은 그를 피했다.

무슨 신기록 달성여부가 달린 것도 아닌데 말이다.

이에 보답하듯 팬들은 우승팀에게 야유와 오물세례를 선사했다.

성숙한 문화시민의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

도대체 언제쯤이면 선수고 관중이고 한차원 높은 수준의 모습을 보여줄지 걱정만 늘어간다.

[제공:http://www.enter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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