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 기막힌 '지역 커넥션'

  • 입력 2001년 9월 20일 18시 41분


이른바 ‘이용호 게이트’에 관련된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들이 한결같이 특정지역 출신이라는 사실은 주가조작 및 횡령 사건만으로는 볼 수 없는 중대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지연 학연 등을 고리로 한 한국 사회의 연고주의가 사적 이해관계를 넘어 국가 공조직을 무력화할 수도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검찰 수사가 이제 막 본격화된 단계여서 그 결과는 지켜봐야 할 것이나 지금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수사결과에 앞서 사건 관련 혐의나 의혹을 받고 있는 검찰 국가정보원 금융감독원 등의 인물과 조직폭력배 출신의 로비스트까지 모두가 같은 특정지역 출신이라는 사실이다. 우리가 심각하게 우려하는 것은 그 대상 인물들이 풍기는 ‘지역 커넥션’의 냄새만으로도 이미 오래 전에 위험수위에 오른 지역감정을 더욱 악화시키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반세기 만의 여야(與野) 정권교체로 김대중(金大中) 정부가 출범했을 때 국민적 기대는 한국 사회의 통합과 질적 발전을 결정적으로 가로막는 지역감정이 크게 완화되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3년7개월이 지난 지금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오히려 더욱 악화됐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그 첫째 요인은 과거 정권의 영남 편중 인사를 시정한다는 명분 하에 이루어진 ‘또 다른 편중·요직독점 인사’에 있다. 30여년에 걸쳐 누적된 문제를 불과 2∼3년 사이에 서둘러 시정하려는 성급함에서 무리가 빚어졌다고 하지만 결과는 시정 수준을 넘어선 새로운 편중을 초래했다. 더구나 ‘수적 형평’에 가려진 ‘질적 편중’으로 지역갈등은 갈수록 증폭되었다. 권력 정점의 인치(人治)를 비롯해 새 파워 엘리트를 중심으로 형성된 ‘끼리끼리 사슬’은 제도와 시스템, 법치(法治)를 저해하는 ‘줄대기 문화’를 사회 곳곳에 확산시켜 왔다.

그런 점에서 현직 검찰총장의 동생마저 로비 대상이 된 이번 사건은 그동안 검찰 요직의 호남출신 편중인사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이는 상당한 설득력을 갖는다. 우선은 이번 사건의 진상을 철저하게 밝혀내야 한다. 어차피 지금의 검찰 수사가 국민적 신뢰를 얻기 어렵다면 특검제를 하는 것이 옳다.

‘지역 커넥션’의 뿌리를 뽑아내지 않고서는 국민통합은 기대할 수 없다. 일부 힘있는 자들의 ‘내 지역 출신 봐주고 밀어주기’는 그 지역의 명예를 더럽히고 대다수 주민의 가슴에 상처만 남길 뿐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