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난타', 테러참사 여파 미국 공연 중단

  • 입력 2001년 9월 18일 18시 37분


미국 테러 대참사의 여파로 북미(北美) 투어에 나섰던 ‘난타’의 공연이 중단됐다.

‘난타’의 현지 프로모션을 담당한 ‘브로드웨이 아시아 컴퍼니’와 서울 본사인 ㈜PMC가 ‘난타’의 공연을 연기하기로 18일 합의했다.

이 조치는 미국 공연계의 분위기가 가라앉아 더 이상 공연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일단 23일까지 보스턴에서 예정된 공연을 치른 뒤 공연의 시기와 방법은 추후에 결정하기로 했다.

‘난타’는 물론 세계 공연계의 메카인 뉴욕 브로드웨이 전체가 공연을 중단하느냐 마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 그것은 테러가 아니라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다.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찾는 손님은 대부분 관광이나 사업을 위해 뉴욕을 찾은 외부인이다. 이들의 숫자가 격감하면서 대부분의 뮤지컬들은 객석의 60∼70%만 채워지고 있다. 다만 올해 토니상을 휩쓴 ‘프로듀서’가 그런대로 선전하고 있을 뿐이다.

한 브로드웨이 관계자는 “지난 주 적자와 앞으로 발생할 적자 규모가 예상보다 커 유명한 대형 뮤지컬도 막을 내릴지 모른다”고 말했다.

브로드웨이의 대형 작품들은 일주일에 30만(약 3억9000만원)∼100만달러(약 13억원)의 수입을 올리는 데 50만달러(약6억5000만원) 이상이면 인기작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공연을 계속하는데 들어가는 제작비가 일주일에 25만∼50만달러로 만만치 않아 관객 숫자가 지금처럼 떨어지면 적자를 피할 수 없다.

내가 요즘 만나는 브로드웨이는 지금껏 보지 못한 새로운 모습이다. 그것은 어둠과 한산함이다. 테러 사건 이틀 뒤 브로드웨이 뮤지컬들은 다시 막을 올렸지만 수많은 관객들과 네온 사인으로 불야성을 이뤘던 옛 모습은 까마득한 과거의 일처럼 느껴진다.

“이런 상황에서 극장을 찾을 사람이 과연 있을까.”

13일 브로드웨이로 나가 디즈니의 ‘라이언 킹’을 관람했다. 평소라면 당일 ‘라이언 킹’ 표를 사서 보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워낙 관객들이 많이 몰리는 인기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객석은 70% 정도 채워졌다. 관객들은 평소처럼 웃고 박수를 치며 작품에 빠져들었다. 관객들은 커튼 콜에서 기립 박수를 쳤다. 이 박수는 ‘라이언 킹’이 어려운 시기에 관객의 마음을 위로해 준데 대한 답례처럼 보였다. 곧 한 배우의 제안으로 관객들은 묵념을 했고 이어 미국 국가를 합창했다. 이같은 광경은 브로드웨이를 포함한 미국의 전 공연장에서 목격되고 있다.

한국에 있을 때 선배 공연기획자들에게서 이런 말을 자주 들었다.

“공연 기획은 흥행 사업이라고 말하기엔 뭔가 좀 부족해. 맞아. 흥망사업이라고 하는 게 맞겠다.”

18일 브로드웨이의 한 친구로부터도 비슷한 말을 들었다.

“도박(갬블·Gamble)은 공연기획의 본성이야.”

김종헌(‘난타’ 제작사인 ㈜PMC의 뉴욕 현지법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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