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안톤 체홉 4대희곡, 국립극장서 릴레이 공연

  • 입력 2001년 9월 18일 18시 32분


“당신은 자주 ‘미안하지만 이것은 코미디’라고 말하지만 아닙니다. 평범한 사람에게 이것은 진실한 비극입니다.”

러시아의 배우이자 연출자로 사실주의적 연극연기론을 확립한 스타니슬랍스키(1863∼1938)는 체홉(1860∼1904)이 쓴 희곡 ‘벚꽃 동산’을 읽고 이같은 소감을 밝혔다.

이 작품은 체홉의 마지막 희곡. 아름다운 벚꽃 동산을 잃게 된 여주인의 꿈과 현실을 통해 농노 해방에 따른 지주 계급의 몰락을 다뤘다.

‘벚꽃 동산’ ‘갈매기’ ‘바냐 아저씨’ ‘세 자매’ 등 그의 4대 희곡은 주제와 내용에서 비극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체홉은 스타니슬랍스키의 소감과 달리 이 작품들에 ‘4막의 코미디’라는 타이틀을 붙였다.

10월1일부터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별오름극장 무대에 오르는 ‘안톤 체홉 코미디 페스티벌’.

이번 공연은 아직도 비극인지 코미디인지 해석이 분분한 체홉의 대표작을 만날 수 있는 무대. 이들 작품이 동시에 공연되는 것은 국내에서 처음이다.

창단 5년 미만의 ‘젊은’ 극단들이 참여한 이번 무대는 체홉에 대한 새로운 해석으로 주목된다.

극단 ‘주변인들’의 ‘갈매기’는 1896년 초연된 작품. 갈매기라는 상징물을 통해 탈출구가 없는 인간의 존재를 고찰했지만 초연 당시 처참하게 실패했다. 당시 스타니슬랍스키와 함께 ‘모스크바 예술좌’를 이끌던 연출가 네미로비치 단첸코가 낙담한 체홉을 설득해 다시 무대에 올려 대 성공을 거뒀다. 이번 공연의 연출은 연극 ‘타이터스 앤드러니커스’ ‘코끼리 사원에 모이다’를 만든 서충식이 맡았다.

‘바냐 아저씨’(지구연극연구소)는 집안의 도움으로 존경받는 지위에 오른 세레브라코프와, 그를 위해 평생 농부로 일하며 헌신한 바냐의 삶이 대조적으로 그려진다. 차태호 연출로 우상전 최원석 등 중견 배우들이 출연한다.

이 행사의 예술감독을 맡은 김태훈 지구연극연구소장(36·수원여대 연기과 교수)은 “체홉은 이 ‘4대 작품’에서 메시지 전달을 위해 웃음을 수단으로 선택했다”면서 “국내에서는 체홉의 명성에 눌려 무거운 작품이 됐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체홉이 의도한 대로 관객들에게 웃음을 되돌려 주겠다”고 말했다.

극단 ‘제 5스튜디오’와 ‘반딧불이’는 각각 ‘세 자매’와 ‘벚꽃 동산’을 공연한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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