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의 자아경영]자신을 변화시키는 '아!'하는 깨달음

  • 입력 2001년 9월 14일 18시 39분


▼'말하는 대로 이루어진다' 매튜 버드 래리 로드스타인 지음/ 398쪽 10000원/청림출판▼

콜레라 덕(?)에 우리는 전염병의 무서움을 상기하고 있다. 천연두 역시 무서운 전염병이다. 1970년대 초에 세계보건기구(WHO)는 전지구적으로 천연두 퇴치운동은 벌인 적이 있다. 그 일환으로 아프리카의 토고에서도 대규모 백신 접종이 행해졌다.

의사들은 원주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추장들의 도움을 얻어야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기발한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그것은 추장들에게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즉석 사진을 찍어주는 것이었다. 즉석에서 사진을 뽑아주면 그들은 모두 놀랐고 곧 주민들을 불러 모아 줄을 서게 해주었다. 접종은 그렇게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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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토고의 한 마을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추장의 사진을 찍어 주었는데 그 추장은 반응이 없었다. 여러 각도에서 다시 여러장을 찍어 보여 주었는데도 얼굴하나 변하지 않고 도로 사진을 돌려주는 것이었다. 원주민 도우미는 그 추장을 물가로 데리고 갔다. 그리고 물 속의 모습과 사진 속의 얼굴을 번갈아 보여주었다. 그제서야 추장은 사진 속의 모습이 자신인지 알고 깜짝 놀라게 되었다. 그 추장은 사진 속의 인물이 자기라는 것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이런 상태를 ‘인식적 실명’ 상태라고 부른다.

재미있게도 이런 일은 우리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움베르토 마투라나라는 생물학자는 모든 생명체는 ‘닫힌 구조’로 되어있다고 주장한다. 즉 생물체는 꼭두각시처럼 환경에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적 구조에 따라 환경에 반응한다는 것이다.

내면적 구조는 개인의 경험과 역사에 의해 형성된다. 자신을 바꾸고 싶으면 구조적으로 결정되어 있는 자신의 내면을 바꾸어야한다. 내면구조의 조정은 변화와 학습을 통해 인식적 실명 상태로 부터 벗어날 때 가능하다. 즉 토고의 추장처럼 기존의 인식적 지평 속에 던져진 ‘아!’ 하는 깨달음 없이는 어떤 위대한 전환도 이루어 질 수 없다.

우리는 어떤 자극에 대하여 특별한 자기대로의 존재 방식을 가지고 있다. 이 존재 방식이 오랜 시간을 통해 하나의 성향이 되고 결국 내면구조로 굳어지게 된다. 마찬가지로 새로운 인식은 새로운 존재 방식을 취하게 되고 어느새 새로운 성향이 되어 새로운 내면구조를 만들어 내게된다. 이러한 변화를 우리는 ‘자아의 혁명’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깨달음을 통해 도약하고 버림으로써 배운다.

이 책은 상당히 단단한 책이다. 적당히 좋은 말들을 여기저기에서 베껴와 짜집기한 자기 치유법 내지 자기 개발서와는 다른 차원의 심도있는 묵직한 책이다. 금상첨화로 전혀 어렵지 않다. 읽는 재미와 함께 강한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책의 프롤로그가 별로 좋지 않다. 1장으로 직접 들어가 빠져드는 것이 좋다.

구본형(변화경영전문가·bhgoo@bhg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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