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가위기 관리능력 재점검할 때

  • 입력 2001년 9월 12일 18시 33분


뉴욕과 워싱턴을 강타한 사상 초유의 테러 참극은 우리의 국가 위기 관리능력은 과연 어느 정도인지 돌아보게 한다. 국가의 위기관리능력은 재난이 닥쳤을 때 구성원 모두가 정위치에서 자기 할 일을 다할 때 빛을 발할 수 있다. 사고 당시 뉴욕 소방관 200여명은 마지막 붕괴 순간까지 세계무역센터 안의 사람들을 대피시키다 산화했다고 한다. 그들의 죽음에는 국가 위기상황에서 공직자의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탈냉전 시대의 국가안보는 더 이상 군사적인 의미만을 갖는 게 아니다. 테러리즘, 국제범죄, 환경안보, 자원안보, 인간안보 등 국가 안보의 영역은 광범위해졌고 성격도 한결 복잡해졌다. 그런 만큼 다양한 안보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국가위기 관리능력도 한층 전문화, 고도화돼야 한다.

세계 최고의 정보기능을 자랑하는 미국은 90년대 이후 테러리즘과 마약 등 국제 범죄에 대응해 방첩 기능을 대폭 강화해 왔음에도 대참사를 겪었다. 지역적 안보 상황이 불안정한 동북아에 위치해 있고, 특히 북한과 접하고 있는 우리의 경우 효율적인 위기관리 능력의 필요성은 더욱 절실하다. 정부 당국은 이번 사태를 우리의 위기관리 시스템을 전면 재점검하는 계기로 삼기 바란다.

당장은 미국 현지의 교민 피해 현황을 파악하고 지원책을 마련하는 일이 급하다. 정부는 현지 공관이 교민 보호 및 구난 활동의 중심에 서도록 독려하는 한편 보다 항구적인 보호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50년 맹방(盟邦)이 겪고 있는 재난을 도울 방안도 모색해볼 필요가 있다.

이번 사태는 여러 측면에서 우리에게 심대한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무엇보다 경제가 걱정이다. 어제 벌써 국내 증시가 폭락한 데서도 볼 수 있듯이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국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유동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출에도 미국 경제 위축에 따른 타격이 예상된다. 정부가 이미 대책 마련에 나섰다고 하지만 더욱 만반의 태세를 갖출 것을 주문하고 싶다. 한편 우리는 만에 하나 정부가 이번 사태를 경제정책의 실정(失政)을 변명하는 기회로 삼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경계한다.

정부는 이번 사태가 앞으로 북-미(北-美) 대화에 끼칠지도 모를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서도 예의 주시해야 한다. 협력적인 한미 공조의 기본 틀 안에서 이번 사태의 여파를 최소화하는 것이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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