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문권모/인터넷의 '위력'

  • 입력 2001년 9월 12일 18시 32분


12일 오전 1시 동아일보 편집국. 미국에 대한 ‘가미카제’식 테러 상황을 취재하기 위해 기자들이 전화통에 매달려 있었다. 그러나 미국은 ‘취재불가지역’ 같았다. 통화량이 폭주해 들려오는 소리는 ‘통화중’ 신호뿐이었다.

이때 인터넷에 연결된 인스턴트 메신저(실시간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서비스)에 누군가가 인사를 건네왔다. 뉴욕대로 올 여름 유학을 떠난 K선배였다.

“선배, 접니다. 거긴 어때요? 사상자는 어느 정도입니까?” 안부고 뭐고 없이 질문부터 던졌다.

“학교는 휴교한다고 하더라. 맨해튼으로 가는 도로, 터널이 모두 폐쇄됐어. 무역센터 근처에는 한국 사람들이 장사를 많이 하는데….”

전화가 불통인 상황에서 TV 이외의 취재수단은 인터넷이 유일했다. K선배 이외에도 동포들이 운영하는 사이트에는 실시간으로 정보가 올라왔다. 개인들이 소규모 ‘뉴스미디어’가 된듯이 현장 상황을 생생하게 인터넷에 올리고 있었다. 오히려 미국의 주요 신문과 방송의 인터넷 사이트는 접속자가 폭주해 서비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오전 2시. 세계무역센터에 사무실이 있는 경기도 투자유치사무소 인턴직원과 극적으로 전화통화가 됐다. 하지만 전화는 잠시 후 끊어졌다. 그러자 그는 인터넷으로 e메일을 보내왔다.

“무역센터로 출근하던 길이었습니다. 갑자기 ‘쉭’ 소리가 나더니 비행기가 건물을 들이받았습니다. 유리창이 깨지고…. 건물에서 살아있는 사람들이 떨어질 때마다 여기저기서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너무나 생생한 묘사에 소름이 돋았다.

톈안먼 사태 때 중국인들은 팩스로 외부에 소식을 전했다. 구 소련이 붕괴될 때는 인터넷이 그 역할을 했다.

이제는 세계의 많은 사람이 인터넷을 이용해 ‘뉴스제공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 한 동포 사이트는 뉴욕은 물론이고 워싱턴과 시카고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도하고 있다. 폭력과 죽음의 그림자 속에서도 인터넷의 ‘위력’은 빛나고 있다.

문권모<경제부>afric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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