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카드연체자가 '밥'…'사채 떴다방' 극성

  • 입력 2001년 9월 11일 18시 39분


“전단이나 생활정보지와 스포츠지, 일간지 등의 사채광고에 카드 연체대납이 점점 많아지는 것 같아요.”

신용사회구현 시민연대(http://www.credit815.org) 석승억 대표의 말이다. 카드연체 대납은 사채업자들이 늘 해온 ‘사업’인데 요즘 들어 아예 연체대납만을 취급하는 분위기가 나타났다는 것.

실제 금융권에서는 올들어 정부 단속이 강화되면서 △폭력이 필요 없고 △돈 떼일 염려가 없는 데다 △카드시장의 폭발적 성장으로 인한 수요마저 늘어 사채업자들이 영업방식을 연체대납으로 급속히 바꾸고 있다는 소리가 많다.

일단 사채업자가 자기 돈으로 카드 소유자의 연체대금을 갚자마자 바로 그 카드는 정상화되고 곧 그 카드로 현금서비스와 위장가맹점을 이용한 할부 등의 방법으로 돈을 회수할 수 있는 데다 수수료도 엄청나기 때문. 수수료는 통상 반나절 혹은 2, 3일 만에 연체대금의 15∼30% 수준인데 이는 연 1000%가 넘는 엄청난 고리다. 수요만 많다면 사채업자들로서는 ‘꿩먹고 알먹는’ 영업인 셈. 따라서 이들 사채업자는 당국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정해진 영업장 없이 전화번호만 갖고 점조직으로 장사를 하거나 일정기간이 지나면 장소를 옮기는 등 부동산시장의 ‘떴다방’처럼 영업을 하고 있다.

카드사들 역시 일시적으로 연체금을 갚지만 더 큰 문제를 불러올 수 있어 반갑지만은 않다. 국민카드 관계자는 “연체가 잦은 고객에 대해서는 한도축소 등의 조치를 취하지만 대납행위를 파악하기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할부 등을 통해 연체액이 커질 수 있어 사고를 우려하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금융감독원 역시 최근 이 같은 분위기를 염려하고 있다.

금감원 비은행감독국 관계자는 “요즘 카드연체대납이 크게 늘었으나 카드깡 등 불법이 아니면 이를 물리적으로 규제할 방법이 없다”며 “국회에 계류중인 금융이용자보호법이 하루빨리 통과돼 이자 제한을 통해 이를 규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금감원은 이와 함께 신용불량자만 아니면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제도권 금융기관이 많은 만큼 사채업자를 찾기 전에 상호신용금고 서민금융안내센터(02-397-8632∼9) 등에 문의해 볼 것을 당부했다.

<이헌진기자>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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