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정쇄신, 이것이 답인가

  • 입력 2001년 9월 7일 18시 42분


이한동 국무총리가 유임되고 한광옥 청와대 비서실장이 민주당 대표로 내정되는 것을 보면서 우리는 김대중 대통령의 현실 인식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한동 총리-한광옥 민주당 대표 체제로는 일부 개각에도 불구하고 국정 쇄신의 분위기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신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 전망도 협력정치보다는 대결정치로 치달을 우려가 짙어졌다.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 사퇴문제로 DJP 공조가 깨졌을 때 국민 다수는 김 대통령이 이제라도 소수 여당의 현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다수 야당의 협력을 구해 민생을 안정시켜 주기를 기대했을 것이다. 그 기대는 공동여당의 부담을 덜어낸 김 대통령이 어떤 인사로 국정 쇄신과 여야(與野) 협력정치의 틀을 마련하는가에 모아졌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판단으로는 그러한 기대가 깨졌다고 할 수밖에 없다. 이 총리를 바꿀 경우 신임 총리가 한나라당과 자민련의 반대로 국회 동의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거나, 한 비서실장이 대선 예비주자가 아니기 때문에 민주당의 관리형 대표로 적임이라는 소리는 납득하기 어렵다. 오늘의 난국에서 무엇이 더욱 중요한지를 모르거나 국민이 무엇을 더 원하는지를 외면하는 ‘오기와 정략 정치’가 아닌지 묻고 싶다.

내각 제청 절차를 마친 이 총리는 이제 최근 자신의 행보를 두고 쏟아진 정치 도의적 비난을 곰곰이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일부 장관만 경질된 새 내각에서는 쇄신의 이미지를 찾기 어렵다. 자민련은 어제 당 총재인 이 총리를 제명처분했다. 우리 정당 사상 당 총재가 해당 행위자로 제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런 처지에 총리로서 어떻게 내각을 총괄하고 국정을 주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청와대 한 실장의 민주당 대표 내정에 대해서는 당내 소장파 의원들의 반발이 거세다. 세 의원은 탈당을 불사하겠다고까지 나섰다. 그동안의 인적 쇄신 요구와는 정반대로 친정체제를 강화하겠다는 데 대한 이유 있는 반발이다. 한나라당도 고개를 돌린다. 이래서야 여소야대 정국이 제대로 돌아갈 리 없다.

결국 이 총리의 유임으로 내각 쇄신의 효과는 없어졌고 한 실장의 민주당 대표 내정으로 당 쇄신 또한 거꾸로 가는 흐름이다. 여론과 민심에 등 돌린 채 명분과 도의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오기와 정략의 정치’로 나라를 어떻게 이끌어갈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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