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고장에는]이재섭/형산강 보호 포항-경주 힘 모으자

  • 입력 2001년 9월 6일 18시 31분


남해에서 시작되어 동해안 전역을 위협하고 있는 적조 피해는 대자연이 인간의 환경 파괴에 어떻게 보답하는지를 잘 보여준 사례 가운데 하나이다. 물론 신라시대 기록에도 적조 피해 사례가 나와 있을 정도로 자연적인 현상이기도 하지만 현대 산업사회의 반환경적 구조가 적조의 유해성과 심각성을 촉진한 주범인 것만은 틀림없다.

바다오염은 하천오염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으므로 최근의 적조 파문은 이 지역의 젖줄인 형산강의 오염실태와 보호정책의 현주소를 짚어 보게 한다.

포항과 경주 등 영남권의 여러 지방자치단체를 끼고 흐르는 형산강 63㎞의 수계에는 고인돌을 비롯한 수많은 문화유적이 전 세계적으로도 손꼽힐 정도의 밀집도를 기록하고 있어서 이 강이 필수적인 삶의 조건들을 골고루 갖추고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 그래서 이 강을 끼고 신라 천년 역사가 꽃피었고 하구에서는 포항제철이 산업화를 선도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발전의 이면에서 형산강은 도시의 생활하수, 상류로부터 시작된 축산업 폐수, 중류 이하의 공업폐수 등으로 인한 오염에 시달려 왔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강이 흐르는 자치단체들 사이에 오염 방지와 수질 개선에 관한 협조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하류에 위치한 포항시는 수계의 80%를 차지하는 경주시가 오염 방지 노력을 기울여 줄 것을 요구하고 경주시는 시민의 산업활동 보장 등을 이유로 포항시에 환경오염 시설에 대한 예산 할애를 요구하고 있다. 자치단체들의 이런 부조화 와중에서 형산강 오염은 가속화되고 지역민의 삶의 기반은 위협받고 있다.

과연 어디서부터 이 복잡한 문제의 실마리를 풀어나가야 할까. 우선 공무원들만 참여해 온 형산강 관련 정책협의 자리에 시민단체 등 민간을 동참시켜야 한다. 지난주에 경주와 포항의 민관합동 형산강 탐사가 화제를 모은 것처럼 형산강의 오염 실태를 두 도시의 시민단체와 공무원이 공동으로 확인하고 상호협력의 당위성을 절감할 필요가 있다. 또한 지역기업들도 재정지원을 해주는 방식 등으로 동참시켜 환경파괴 책임에 대한 시비도 줄이고 환경보전에 대한 기업의 의지를 확인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재섭(포항사회연구소 소장·오천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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