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하이닉스 채권시장 영향]‘제2 대우債 사태’ 없을듯

  • 입력 2001년 9월 3일 18시 28분


A투신 펀드매니저 이모씨는 지난달 28일 “1400억원을 찾아가겠다”는 제지업체 B사의 주문을 받았다. 이씨는 ‘1개월 이내에 찾아가면 환매수수료를 추가로 물린다’며 만류했지만 B사는 “어쩐지 찜찜하다”며 결국 돈을 뺐다. 이씨는 ‘드디어 하이닉스반도체 발(發) 채권시장 동요가 시작될 수도 있겠다’는 염려가 들었다. 투신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9∼31일 사흘간 채권형 펀드에서 1조2000억원대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하이닉스 지원안▼

 기존안수정안
은행권-전환사채(CB) 2조원 인수-유상증자 1조원-은행권, 전환사채 3조원 인수-은행권,신규자금5000억원 지원(산업은행 배제)
기존주주해당사항없음 유상증자 5000억원 참여유도
투신·리스-투신사, 회사채 1조1980억원 만기연장과 금리감면-리스사, 리스채 5198억원 만기연장과 금리감면
수출보험공사지급부분보증, 6억달러 6개월 연장

그러나 하이닉스 지원을 위한 채권은행단 회의가 열린 3일을 고비로 채권시장은 오히려 기준금리가 0.1%포인트 가량 떨어지는(채권값이 오르는) 안정화 현상이 나타났다.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3일 “99년 대우사태와는 부채규모나 회사채 보유 비중이 다르다”며 단기적인 투신사 혼란 가능성을 일축했다.

전문가들은 하이닉스는 15조원의 부채를 갖고 있지만 99년 대우그룹은 44조원이라는 부채 덩어리의 차이를 꼽았다. 하이닉스는 15조원 부채 가운데 회사채 비중이 2조∼3조원 규모. 부채의 60%가 회사채로 투신권에 막대한 부담을 떠안겼던 대우사태 때보다 비중도 훨씬 낮다는 것.

삼성투신 한수일 과장은 “채권시가(時價)평가제가 도입돼 투신사가 수익률이 높은 우량펀드의 돈으로 부실펀드의 부실채권을 사주는 ‘물타기’ 관행이 사실상 사라졌다”고 말했다.

주은투신 이진호 과장은 투자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기관투자가에게 “99년보다 채권시장의 충격이 작다는 설명이 먹혀들어가면서 환매가 미미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투신권의 다른 펀드매니저는 “기업체 자금담당자가 ‘혹시 나중에 문제가 될지 몰라서 일단 은행에 맡겨두고 본다’는 심리가 불거지면 걷잡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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