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김경민/원전지역 특색살려 개발하자

  • 입력 2001년 9월 3일 18시 23분


일본 아오모리(靑森)현 북쪽에 무쓰라는 작은 도시가 있다. 이 도시의 스기야마(杉山) 시장이 일본 원자력업계의 골칫거리인 방사성 폐기물 중간저장시설을 자진해서 유치하겠다고 발표해 일본 전력업계가 흥분에 들떠 있다. 모두 50여 기의 원자력발전소를 가동하는 세계 3위의 원자력 대국인 일본은 원자력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높이는 정책을 꾸준히 펼쳐 전문가들만이 아는 은둔(隱遁)의 원자력이 아니라 국민과 함께하는 원자력으로 만들었다. 2000억원이 넘는 막대한 지원금을 내걸고도 방사성 폐기물 관리시설의 입지를 선정하지 못하는 한국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필자가 직접 만난 스기야마 시장은 방사성 폐기물 중간저장시설을 유치해 받는 정부 보상금과 가동 후 매년 납입되는 고정자산세를 활용해 풍요로운 해양국제도시를 만들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있었다. 원자력 발전소는 대부분 바닷물을 냉각수로 이용하기 때문에 바다 근처에 건설되기 마련이고 무쓰시에는 해양과학연구소가 있기 때문에 명실공히 해양연구로 이름난 도시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원자력 시설이 들어서는 지역에 대한 지원정책은 보상으로 끝나는 것이 보통인데 스기야마 시장은 원전시설 지역의 특성화를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님비 현상’이 두드러진 원자력 분야에 참고할 만한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단순히 보상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지역보다 풍요롭고 특색 있는 지역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하면 지역 주민의 협력을 쉽게 얻을 수 있고 원자력에 대한 일반 국민의 시각도 달라질 수 있다.

일본 원자력의 메카인 도카이무라(東海村) 지역에서는 원자력발전으로 배출되는 온수를 이용해 장어와 새우를 양식해 큰 소득을 올린다. 또 벨기에는 꽃을 재배해 수출하고 있고, 프랑스는 전기를 수출해 짭짤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 영국도 가자미 양식에 원자력발전에서 배출되는 온수를 이용하는데 성장이 빠르고 안전성에도 문제가 없어 식용으로 인기가 높다.

한국은 7월 2002년부터 5년 동안 시행될 제2차 원자력진흥종합계획을 확정했다. 이 계획이 완료되는 2006년이면 한국의 원자력발전소는 현재의 16기에서 20기로 늘어나 세계 6위권으로 도약한다.

석유자원이 점차 고갈되는 상황에서 대체에너지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한 원자력발전은 어쩔 수 없는 차선의 선택이다. 따라서 에너지와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국민의 이해도를 높이는 정책이 절실하다. 한국은 그동안 한국형 표준원전을 개발하는 등 원전기술을 국제 수준으로 높였지만 국민의 원자력에 대한 이해도는 아직 걸음마 상태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공개성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작은 사고라도 여과 없이 발표해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이는 원자력이 성공한 모든 나라의 공통점이다. 둘째, 원전시설이 들어서는 지역의 특성화를 겨냥해야 한다. 해양연구단지를 조성한다든지, 고수익 양식사업을 추진해 잘사는 지역으로 만들겠다는 등 적극적인 정책이 요구된다.

김경민(한양대 교수·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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