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쟁점토론]파트타임 교사제

  • 입력 2001년 8월 31일 18시 33분


《교육인적자원부가 8월9일 발표한 ‘파트타임 교사제’ 도입 방침을 둘러싸고 교원단체들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찬반 논란이 뜨겁다. 교육부는 이 제도를 통해 정규 교원의 업무량을 줄이고, 교원 정원을 지키면서도 인사 운영의 유연성을 기할 수 있다는 정책 목표를 밝히고 있다. 반면 한국교원단체총연합, 전국교직원노조 등은 교원 정원이 확충되지 않은 상태에서 ‘파트타임 교사제’를 도입하면 교육의 질과 교원의 사기가 떨어지고 정규 교원의 충원이 줄어들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찬성/업무량 줄고 인력운용도 숨통▼

먼저 용어의 혼란을 피하기 위해 교육인적자원부가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용어를 제시한다. 흔히 사용하는 ‘파트타임 교사’라는 명칭도 의미상 크게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교육부는 좀 더 포괄적인 의미로 ‘계약제 교원’이라는 명칭을 사용한다.

계약제 교원이란 현행 법령으로 운용하고 있는 기간제 교원, 산학겸임교사, 명예교사, 강사 등 계약에 의해 한시적으로 임용하는 교원을 통칭한다. 따라서 없던 제도를 새롭게 만들자는 것이 아니며, 현행 제도를 개선해 더욱 활성화하자는 것이다.

현행 교원제도는 임용고사를 통해 일단 교원으로 채용하면 정년까지 자리를 보장한다. 하지만 독일어나 프랑스어 같은 희소 교과는 희망 학생수가 적으면 주당 6, 7시간의 수업만을 담당하게 된다. 다시 말해 교원 운용구조는 무척 경직돼 있다. 이러한 인력구조에 유연성을 불어넣기 위해 현행 계약제 교원 제도를 활성화하자는 것이다.

추진방향은 기존 정규 교원의 안정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극히 제한적, 보충적으로 계약제 교원을 확대한다는 것이다. 또한 전문직업 분야의 식견을 지닌 우수한 인재들을 활용해 교직의 전문성을 높일 수 있다.

반대론자들은 교원 정원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규 교원 대신 계약제 교원을 임용하면 교육의 질이 떨어지고, 정규 교원의 충원이 줄어들 것을 우려한다. 그러나 이는 계약제 교원 운용 방침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데서 나온 것이다.

첫째, 계약제 교원은 수업시수가 아주 적은 과목을 담당하게 된다. 수업시수가 많은 과목은 정규 교원이 담당해 인력 활용의 효율성을 높이고, 수업시수가 적은 과목을 계약제 교원에게 맡겨 교원 정원을 최대한 활용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정규 교원이 자격증에 표시된 과목과 가르치는 과목이 다른 상치과목을 담당하는 일이 줄어든다. 따라서 상치과목에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이 절감돼 업무량이 줄게 된다. 전문성 측면에서도 정규 교원의 상치과목 담당보다는 계약제 교원의 전공과목 담당이 더 낫다.

둘째, 계약제 교원은 희소과목을 담당하게 된다. 한시적으로 개설하는 과목을 정규 교원으로 충원하면 일정 기간이 지나 그 과목을 폐지해도 정규 교원을 면직시킬 수 없게 돼 다른 과목을 담당하는 교원의 충원이 불가능하게 된다. 계약제 교원은 과목이 개설된 기간에만 기간을 정해 임명하므로 과목이 폐지되면 임용계약도 자동 해지돼 인사 운영의 유연성을 기대할 수 있다.

셋째, 정규 교원의 휴직 파견 휴가 등 일시적 결원이 발생했을 때 임용한다. 일시적 결원을 정규 교원으로 충원하려면 교원 정원의 한계에 부딪히게 되므로 계약제 교원을 임용해 정규교원의 복귀를 용이하게 하자는 것이다.

물론 계약제 교원이라도 교원으로서의 소명의식과 자질을 도외시할 수는 없다. 이런 문제는 자질과 실력을 갖춘 계약제 교원의 인력 풀을 구성하고, 사전연수나 소양교육 등을 통해 보완할 수 있다.

이근우(교육인적자원부 교원정책과장)

▼반대/교육의 질-교사 사기 동반 추락▼

학교교육 현장이 정부의 왜곡된 교원정책으로 또다시 커다란 위기를 맞았다. 정부는 그동안 교원정년 단축과 명예퇴직 등으로 교원이 모자라는 사태가 발생하게 되자 명예퇴직한 교원을 다시 채용하는가 하면, 중등교사 자격증 소지자를 초등교사로 임용하는 등 온갖 편법을 동원했다. 또 제7차 교육과정 시행을 이유로 음악이나 미술을 가르쳐 온 교사에게 단기간의 부전공 연수를 통해 영어 국어 수학 등을 가르치게 하는 등 땜질식 충원으로 교육의 질을 저하시켰다. 그 결과 공교육에 대한 국민의 불신만 증폭시켜 왔다.

이런 상황에서 또 다시 교육의 질과 전문성을 무시한 채, ‘파트타임 교사제’를 도입한다고 하니 교육인적자원부의 존립 의의마저 의심스럽게 한다. 도대체 교원을 ‘시간당’ 또는 ‘일당’을 주는 일용직으로 생각한단 말인가. 정규 교원 1명 대신 파트타임 교사 2명을 쓸 수 있다는 발상은 교육보다는 경제논리를 앞세운 비교육적 처사가 아닐 수 없다.

파트타임 교사제 도입은 학생의 인성 및 생활지도와 학교 업무에 대한 정규 교원의 업무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다. 따라서 수업에 전념할 시간을 빼앗기는 등 교육의 질적 저하와 교원의 사명감 및 사기 저하로 이어질 것이 뻔하다. 이렇게 되면 교직과 학교교육의 안정성을 해칠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국내 중등교원의 법정 정원 확보율이 약 86%에 불과하고, 특히 초등학교는 학급담임을 배정할 수 없을 정도로 교원 수가 절대 부족한 상황에서 파트타임 교사를 충원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정부는 지금이라도 교육계를 분열시키고 교원의 질을 떨어뜨릴 것으로 예상되는 파트타임 교사제 도입을 백지화해야 한다. 그리고 국민의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권리’를 실체적으로 보장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예컨대, 교원 수급은 교육대학의 학사편입생 수를 늘려 정규 자격증을 받도록 한 뒤 발령을 내야만 할 것이다.

학교는 사설학원이 아니며 교원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교육부는 교육 및 교원정책을 교육의 논리가 아니라 경제논리로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비교육적이며 비생산적인 파트타임 교사제를 무리하게 강행해 초중등 교육을 상품을 파는 시장판이 되도록 할 것인가. 이 제도가 그대로 시행되면 ‘이해찬 세대’에 이어 몇 년 후에는 ‘파트타임 기형아’가 생겨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교원정책을 경제논리를 앞세워 전문직 교원단체의 의견도 수렴하지 않고 마구잡이식으로 시행하려 들어서는 안 된다. 파트타임 교사제는 망가질 대로 망가지고 황폐해질 대로 황폐해진 학교 교육에 또 다시 불을 질러 무너진 교실마저 태우는 조치가 아닐 수 없다. 추락할 대로 추락한 것이 교원의 사기와 교권인데, 그 밑에 웅덩이까지 파놓고 떨어지라는 것인가. 교육은 교육의 논리로 전개해야 한다는 진리를 간과해서는 절대 안 된다.

유정복(전북교원단체연합회 회장·익산대 교수·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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