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美여성, 150년 전엔 재산권 없었다”

  • 입력 2001년 8월 29일 18시 35분


달 전 앤 멀캐이가 제록스의 최고경영자가 된 것은 단순한 기업인사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녀의 승진으로 포천지가 선정한 500대 기업 중 최고경영자가 여성인 곳의 비율이 정확하게 1%가 되었기 때문이다. 1%라는 숫자가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겠지만 멀캐이씨가 제록스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던 한 세대 전만 하더라도 기업의 최고위급은 물론 중간간부들 중에도 여성은 거의 없었다.

시간을 좀 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경제적인 면에서 여성들이 훨씬 더 놀라운 변화를 겪어왔음을 알게 된다. 불과 150년 전만 해도 멀캐이씨와 같은 미국의 기혼 여성들에게는 재산을 소유할 권리도, 계약을 할 권리도 없었다. 그리고 직장을 가진 기혼 여성의 임금은 법적으로 모두 남편의 소유였다. 대신 남편은 아내를 부양해야 할 의무를 졌다.

미국의 주들이 법을 바꿔서 기혼 여성들에게 완전한 재산소유권을 주기 시작한 것은 1850년 무렵이었다. 1920년까지 법을 바꾸지 않은 주는 애리조나, 플로리다, 루이지애나, 뉴멕시코 등 네 곳뿐이었다.

포드햄대학 경제학과의 릭 지디스 교수와 몬태나주립대학 경제학과의 딘 류엑 교수는 ‘미국 경제리뷰’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여성들이 재산소유권을 얻게 된 것은 경제발전과 도시화로 인해 집 밖에서 전문화된 직장을 구할 기회가 늘어난 덕분이었다고 주장한다.

과거에는 가족들이 스스로 필요한 물건들을 생산해서 남는 것을 시장에 내다 팔았으므로 남편은 아내가 하는 일을 대부분 지시하고 지켜볼 수 있었다. 다시 말해서 남편은 가정이라는 사업체의 소유주이고 아내는 종업원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도시인구가 늘어나면서 산업경제와 전문적인 교역이 성장함에 따라 교육을 받고 남편의 눈이 미치지 않는 집 밖에서 훌륭한 일솜씨를 보여준 여성들은 경제적으로 훨씬 더 많은 기회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 그들이 자신의 교육과 직장생활에 투자를 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그들에게 돌아오는 직접적인 이익이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 결정되었다. 따라서 예전처럼 아내가 생산하는 모든 것에 대한 소유권을 고집하는 남편들은 아내에게서 열심히 노력하고 싶다는 동기유발요인을 없애버림으로써 그렇지 않은 남편들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오늘날의 경제체제 속에서 남편과 아내는 고용주와 피고용인이라기보다는 기본적으로 사업의 파트너와 같은 관계라고 볼 수 있다.

지디스 교수와 류엑 교수는 미국의 주들이 기혼 여성에게 재산 소유권을 부여하기 시작한 시점을 조사한 끝에 여성들의 권리가 도시인구, 학교교육, 1인당 소유재산의 증가와 함께 성장해왔음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도시인구가 1% 늘어나면 그 도시가 속한 주에서 기혼 여성의 재산권 법을 통과시킬 확률이 1.6% 늘어났다.

요약하자면 경제발전이 여성의 일의 가치를 더욱 높여주었고 따라서 여성들이 노동의 과실을 즐길 수 있도록 재산권을 가져야 한다는 정치적 압력이 생겨났으며 재산권 취득으로 고무된 여성들은 경제성장에 더욱 많이 기여함으로써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더 많은 발전과 번영을 가져다 주었다고 할 수 있다.

(http://www.nytimes.com/2001/08/09/business/09SCEN.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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