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어떤 통일을 논하자는 건가

  • 입력 2001년 8월 20일 18시 36분


평양 8·15 남북 공동행사에 참가한 우리측 민간단체 중 하나인 ‘6·15 공동선언 실현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통일연대’(약칭 통일연대)가 18일 “연방제 통일방안이 과거처럼 불온시될 수는 없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고 한다. 17일 ‘만경대 방명록 파문’을 일으킨 K씨도 이 단체 소속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도대체 통일연대라는 단체가 남측 단체인지 북측 입장을 대변해주는 단체인지 헷갈린다.

통일연대측은 이런 주장의 근거로 “6·15 공동선언에서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연방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또 “북한에서 말하는 3대 헌장이라면 7·4 남북공동성명과 전민족대단결 10대 강령, 연방제 통일방안을 말하는 것으로 전혀 문제가 될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과연 그러한가. 통일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전제로 해야 한다는 것은 우리 국민 모두가 동의하는 최소한의 원칙이다. 6·15 공동선언에서 밝힌 통일원칙도 넓게 봐서 앞으로 남북 양측이 통일방안을 놓고 논의해가자는 것이지 우리가 북측의 연방제 통일방안을 수용하겠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렇게 볼 때 연방제 운운하는 통일연대의 주장은 우리 국민정서와 너무나 동떨어진 것이며, 일개 민간단체가 내놓을 수 있는 주장으로도 적절치 않다.

우리는 어제 본란에서 민간단체의 ‘낭만적 통일론’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일연대의 주장이 바로 그런 예다. 통일연대측은 성명에서 “6·15 공동선언을 지지하고 민족의 화해와 단합, 통일을 바라는 사람이라면 사소한 문제를 들추어내어 흠집을 내지 말라”고 했지만, 그들이 이번 평양 행사에서 보여준 행태는 ‘사소한’ 것이 아니라 국기(國基)와 관련되는 문제다.

정부가 어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방북대표단 귀환 즉시 경위 파악과 사법당국 조사 등 엄정 처리키로 한 것은 비록 사후약방문 격이지만 당연한 일이다. 정부가 이번 일을 향후 남북관계 등 이런저런 사정을 고려해 어물쩍 넘기려 한다면 대북정책의 지지 기반은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다.

정부는 또 6·15 금강산 남북 공동행사의 전례처럼 남북협력기금으로 방북대표단의 참가비용을 지원해줘선 안된다. 연방제 운운으로 오히려 남남 갈등을 심화시키고 남북 민간교류마저 위태롭게 한 단체에 국민 세금을 지원하는 것은 옳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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