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최영해/복지수준은 몇 등 일까

  • 입력 2001년 8월 20일 18시 28분


“그래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 국가중에선 한국이 국민부담률 28위입니다.”

재정경제부가 2000년도 국민부담률 수치를 발표하면서 함께 내놓은 설명이다.

국민부담금이 98년부터 해마다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데도 당국자는 “아직 선진국에 비하면 그리 높은 수준은 아니다”고 군색한 변명을 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이 내는 각종 세금과 국민연금, 의료보험 등이 해마다 가계에 짐을 무겁게 하고 있지만 정작 만족할 만한 복지혜택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재경부가 OECD에 낸 통계치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국민의 각종 세금과 연금 보험료 등 부담금은 136조3553억원. 국내총생산(GDP)과 대비하면 무려 26.4%나 된다.

본지가 17일 이 기사를 내보내면서 OECD에 가입한 다른 나라에 비하면 오히려 국민부담이 낮은 편이라는 정부의 해명을 함께 싣자 독자들의 반응은 대체로 “우리나라 복지수준이 선진국과 비교할 정도가 되느냐”는 것이었다.

당장 피부로 느끼는 국민연금과 의료보험 제도만 생각해보자. 국민연금의 운용부실은 OECD에서조차 경고 신호를 보냈다. 지금 연금을 꼬박꼬박 내는 사람들이 연금을 탈 시점에 가면 바닥이 드러나 혜택을 보지 못할 것이라는 메시지였다. 눈앞의 인기를 위해 미래를 희생시키는 결과가 될까 걱정스럽다.

파행적인 의료정책도 국민의 호주머니만 가볍게 했다는 소리를 듣고 있다. 의료정책이 삐걱대고 집단 이기주의까지 가세하면서 지난해 얼마나 많은 국민이 병원에서 고통을 겪었던가.

각종 연기금이 비효율적으로 관리된다는 지적이 나온 지 오래다. 재정과 연기금이 허술하게 관리되면 국민부담만 늘어나고 혜택은 이에 못 미치는 것 아닌가.

정부는 내년도 세제개편의 키워드를 ‘넓은 세원(稅源), 낮은 세율(稅率)’로 잡았다. 국민들의 조세저항이 불러올 파국을 예견한 탓일까.

최영해<경제부>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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