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북정책 어디로 끌고 가는가

  • 입력 2001년 8월 19일 18시 35분


평양의 8·15 남북 공동행사에 참가하고 있는 남측 대표단이 이번에는 ‘방명록 파문’을 일으켰다. 엊그제 김일성(金日成) 주석의 생가인 만경대를 방문한 대표단 중 일부 인사가 ‘만경대 정신 이어받아 통일위업 이룩하자’ 등의 글을 방명록에 남겼다는 것이다. 북측에서 말하는 ‘만경대 정신’이란 것이 궁극적으로는 대남(對南) 적화통일로 귀결된다는 점에서 이들이 과연 온전한 정신상태에서 이런 글을 남긴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특히 이번 파문이 조국통일 3대헌장 기념탑에서 열린 행사에 일부 남측인사가 참석해 물의를 일으킨 데 연이어 일어났다는 점에 주목한다. 일차 파문으로 자숙하고 있어도 부족할 사람들이 또다시 ‘만경대 정신’을 운운했으니 이들이 자칭 ‘통일 일꾼’으로서 최소한의 자질이나마 갖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파문을 일으킨 K씨는 “21일 서울로 돌아와 해명하겠다”고 했다고 한다. 그러나 K씨의 해명 내용이 무엇이든 그는 남측의 일반 정서와는 너무나 동떨어진 자신의 발언이 남북관계를 오히려 퇴보시켰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남측 대표단 일부에서 나온 “우리가 통일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게 아니라 작은 통일의 싹을 짓밟아버리고 있다”는 자탄이 조금도 과장이 아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리는 정부의 대북정책 노선이 과연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낭만적 통일론’에 함몰돼 있는 일부 민간단체 및 인사들의 대규모 방북을 허용한 기준과 배경은 무엇인가. 더욱이 이번처럼 갖가지 사단을 일으키면서까지 남북관계를 끌고 가야만 하는가. 이로 인해 갈수록 커지고 있는 남남(南南) 갈등은 어떻게 풀어가겠다는 것인가. 정부는 이에 대한 분명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

민간 통일운동 단체들도 이번 파문을 보면서 자성해야 한다. 최근 민간차원의 방북 인원은 급격하게 증가했고, 이번만 해도 무려 200여개의 단체가 평양에 몰려갔다. 민간단체들은 그들의 방북이 남북관계 진전에 어떤 실질적인 역할을 했는지, 오히려 부작용을 일으키지는 않았는지 스스로 물어봐야 한다.

북측도 이제는 남측의 각종 민간단체를 자신의 통일전술을 위한 선전도구로 활용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이번 파문에서도 드러났듯 북측이 남측 민간단체를 이용만 하려고 한다면 남북관계의 발전은 그만큼 멀어져 갈 뿐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