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공권력과 네티즌

  • 입력 2001년 8월 15일 19시 41분


미국 보스턴 노스이스턴대학의 평범한 대학생 숀 패닝이 자신의 어릴 적 별명을 딴 ‘냅스터’(잠꾸러기) 프로그램을 개발할 때만 해도 그로 인해 세상이 이처럼 시끄러워질 것을 예견한 사람은 본인을 포함해 아무도 없었다. 무료 음악파일 공유 프로그램인 냅스터가 네티즌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받게 되자 폭락한 매출고에 울상을 짓던 세계 굴지의 음반제조업체들은 약관 20세의 패닝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엎치락뒤치락 끝에 지난달 미국 연방항소법원은 냅스터의 무료서비스 재개를 허용했다.

▷반대로 우리 검찰은 한국의 냅스터라 불리는 ‘소리바다’의 운영자를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당연히 600만명에 달하는 소리바다 애호가들의 아우성이 이어졌지만 실정법과 현실 사이에서 고심했을 검찰의 고충도 이해는 간다. 검찰의 이번 결정은 최근 각국 정부가 인터넷상에서 포괄적 권한 행사를 위한 법 제정을 하는 등 공세로 전환하고 있는 국제적 추세와도 일치한다. 그래서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올해를 ‘공권력이 사이버 공간을 본격 규제하기 시작한 원년’이라고까지 표현했다.

▷1969년 최초의 전자우편이 등장한 이후 1989년 스위스 물리학자가 월드 와이드 웹(WWW) 아이디어를 생각해냈고 그로부터 5년도 채 지나지 않아 세계의 인터넷 이용자가 1억명을 돌파하는 등 인터넷 문화는 요원의 불길처럼 세상을 휩쓸었다. 그 과정에서 인터넷 기술은 시대 변화에 뒤진 법률을 ‘조롱’하면서 발전에 발전을 거듭했다. 사법적 잣대를 무력화시키는 요인 중 하나는 인터넷에 국경이 없다는 점이다.

▷그런 가운데 검찰이 용감하게 칼을 뽑아 들었다. 문제는 공권력의 행사가 과연 현실적으로 얼마나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네티즌들이나 프로그램 제작자들이 마음만 먹으면 유사한 종류의 ‘변종 범죄’는 얼마든지 양산될 수 있다는 데 있다. 또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커뮤니티 사이트에 대한 단속이 없는 상태에서 고발된 사이트만 처벌하는 데 따르는 법의 형평성도 문제다. 이 경우 국가권력의 권위가 손상될 수 있다는 차원에서 공권력의 고민은 앞으로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규민논설위원>kyu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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