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cer report]'유럽의 벽'을 넘어라

  • 입력 2001년 8월 15일 18시 49분


2002년 월드컵축구대회를 앞두고 ‘유럽의 벽’이 화두다.

한국축구가 유럽만 만나면 번번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채 주저앉고 만다는 얘기다. 거스 히딩크감독도 유럽 징크스를 깨기 위해 현지에서 전지훈련 중이다.

유럽의 벽을 넘는 방법은 없을까. 당장 뾰족한 해결책은 없겠지만 상대의 장단점을 잘 파악해 대처한다면 어렵지만은 않다.

유럽축구는 힘이 넘치고 조직적이다. 선수 개개인의 기본기도 잘 다져져 있다. 무엇보다 신속한 공수전환 능력을 갖추고 있고 경기 템포가 빠르다. 상대에 한치라도 허점이 생기면 곧바로 급소를 파고든다.

이에 적응이 안된 한국축구가 상대 경기 템포에 말려 체력만 소모하다 패하고 마는 것은 예정된 수순일지도 모른다. 한국이 아르헨티나를 제외하곤 경기 템포가 느린 남미축구에 유난히 강한 면모를 보이는 것도 역설적으로 이를 입증한다.

여기에 유럽선수들은 신체적으로 체구가 크고 다리가 길다. 내가 유럽에서 활약할 때도 빠져 나간 것 같은데 상대 태클에 걸리거나 돌파했다 싶은데 상대에 잡힌 경우가 허다했다.

그러나 이점이 바로 유럽축구의 아킬레스건이기도 하다. 다리가 긴 만큼 순간 순발력과 민첩성이 떨어진다. 한국선수가 파고 들어야 할 부분은 바로 이점이다. 상대 선수와 거리를 두고 신속히 방향 전환을 하는 한편 돌파 때나 패스 때 경기 전개 상황을 머릿속에 그리며 한 호흡 빠르게 볼처리를 하면 의외로 유럽선수들을 다루기 쉽다.

상대의 빠른 경기 템포에 말려들지 않고 전후반 내내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협업(協業)’이 필요하다. 조직적인 플레이로 상대에 대처할 수 있는 여유를 갖는게 중요하다.

한국선수들이 유럽에 심리적으로 위축돼 있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올림픽대표팀만 해도 최근 몇 년간 시드니올림픽 스페인전을 제외하고 유럽팀과의 각종 평가전이나 친선 경기에서 진적이 없다. 상대의 장단점을 숙지하고 풍부한 경험을 쌓는다면 멀지않아 유럽의 벽을 넘을 수 있다고 본다.

허정무<본보 축구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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