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은 적십자회담에 응하라

  • 입력 2001년 8월 12일 18시 41분


서영훈(徐英勳) 대한적십자사 총재가 엊그제 남북적십자회담 제의 30주년을 맞아 북측에 전달한 성명은 남북 이산가족 문제의 시급한 해결 필요성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서총재는 이번 성명에서 4월 초 4차 남북적십자회담이 무산된 이래 중단된 남북적십자회담을 조속히 재개할 것과 90세 이상 고령 이산가족 1800여명의 상봉 혹은 생사확인을 우선적으로 실시할 것을 북측에 촉구했다. 서총재는 또 “올 추석 때 생존이 확인된 남북 이산가족 1200여명 사이에 판문점을 통해 선물을 교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8·15 이후 세 차례에 걸친 이산가족 방문단의 교환을 통해 남북에서 3600여명이 상봉의 감격을 맛보았지만, 이는 전체 이산가족 규모에 비하면 그야말로 ‘한줌’밖에 안되는 성과다. 2000년 말 현재 정부가 추산하고 있는 전체 이산가족의 규모는 약 760만명, 그중 북에서 출생해 남쪽에서 살고 있는 1세대는 123만명, 60세 이상 고령자는 약 69만명에 달한다.

이들 1세대 이산가족의 생사확인 및 상봉은 무엇보다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개인 차원에서 이들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이산의 한을 풀게 해주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가족의식이 갈수록 약해져 가는 후속 세대에 비해 1세대 이산가족이야말로 남북간의 정서적 일체감을 확실하게 연결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이 고령임을 감안하면 남은 시간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북측이 시종일관 이산가족을 인도적 사안이 아닌 정치적 사안으로 인식하면서 해결에 적극 나서지 않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달 북한을 방문한 디디에 세르피텔 국제적십자사연맹(IFRC) 사무총장도 “북측 관계자에게 이산가족 상봉의 지속 필요성을 거론했으나 ‘미국의 강경한 대북정책 등 상황이 복잡해 당분간 얼어붙을 수밖에 없다’는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북측의 이런 태도는 핏줄을 찾고 싶어하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를 저버리는 처사다. 이산가족 상봉이 ‘작은 단위의 통일’이라고 볼 때 입만 열면 민족과 통일을 얘기하는 저들의 논리에도 맞지 않는다. 무엇보다 고령의 이산가족마저 외면하는 북측에 대해 국제사회든 남측이든 어느 누가 신뢰감을 가질 수 있겠는가. 북측이 빨리 남북적십자회담에 임하는 것도 최근 무너져가는 남북간의 신뢰를 회복시키는 길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