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국제인권법 변화과정 그린 '현대인권사상'

  • 입력 2001년 8월 10일 18시 32분


◇현대인권사상 이봉철 지음 409쪽 2만원 아카넷

국가인권위원회법의 시행을 석 달 남겨둔 시점에서 참으로 반가운 연구서를 만나게 됐다. 이 책은 우리 인권법제가 이제 갓 국제인권법과 접목하는 때에 그간의 인권현실을 반성하고 그 지향점을 모색함에 있어 좋은 지침을 제공해 준다.

저자는 인권이 가지는 본원적 이념을 추구하고 그것이 오늘날의 세계화 사회에서 갖는 의미를 역사적 맥락에서 해석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인권의 본원을 생명에 두며, 그 생명활동의 자유를 보장하고, 생명활동을 위한 기본적 필요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생성적 기본권’을 인권관념의 핵심으로 파악한다.

여기서 관심을 끄는 것은 바로 삶의 문제를 인권의 본질요소로 파악하면서, 근대적 인권관 혹은 신자유주의적 권리관을 배척하고, 그 대안으로 자율자치와 타자(他者)가치를 전면에 떠올린다는 점이다. 즉, 인권의 관심을 개인의 이기적 합리성에서부터 사회적 관계 속에서 이뤄지는 생명활동으로 돌려놓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이 자유와 평등의 요청을 민주와 복지, 정의와 직접 연결시킬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때 그때의 사회적 관계에서 발현되는 실존적 가치가 곧 인간의 ‘인간다운 삶’의 실체를 이루며, 그 관계들의 차이가 차별의 근거가 아니라 존중과 배려의 요청근거로 작동하면서 그에 대한 책임 또는 의무가 보편화될 수 있을 때, 우리는 우리의 존재가치를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은 이런 인권이념들을 국제인권법의 흐름에서 읽어낸다. 강대국이 주도하는 보편적 국제질서를 위한 국제인권법이 탈냉전기에 접어들어 약소국가나 NGO 등에 의해 자신들의 삶의 문제를 담아내는 국제적 제도적 외피로서 변화하는 과정을 그려낸다.

또 그 속에서 어떻게 인권이 개개인의 일상생활상의 요청으로 결합돼 가는지, 그리고 이를 통해 우리 모두의 삶이 ‘인간적’일 수 있을 것인지를 제시하는 것이다.

물론 저자가 밝히고 있듯이 이 책 역시 완결적인 것은 아니다. 근대적 인권관념에 대한 극복의 모멘트로서 자율가치와 타자가치가 제시되는 시대사적 흐름에 대한 재구성적 해석을 통해 신자유주의적 세계체제 전략에 대항할 수 있는 사상적 기반을 제시하는 것이 하나의 과제라면, 관계로서의 인권이념이 구체적 현실에서 타당성 있게 구현될 수 있는 실천의 원리를 모색하는 것은 또 다른 과제다.

그러나 이는 현시대 인권가치가 실현되는 ‘인권사회’ 건설에 동참하는 우리 모두의 과제이며 국가인권위원회법의 과제일 뿐이다.

한상희(건국대 교수·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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