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제2 셜록홈즈 소설 '미소지은 남자'

  • 입력 2001년 8월 10일 18시 26분


▼'미소지은 남자' 헤닝 만켈 지음/권혁준 옮김/472쪽 1만원/좋은책만들기▼

범죄는 한 사회의 환부를 드러내는 창(窓)이다. 격조 높은 범죄소설은 바로 이 창을 통해 사회문제의 단면을 예리하게 드러낸다.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 시리즈는 영국 상류사회의 부패를 고발하는 정치소설이 되기도 한다.

스웨덴 작가 헤닝 만켈(Henning Mankell)의 ‘발란더 시리즈’는 홈즈의 후계자로 인정받을 만하다. 정당방위로 사름을 쏴 죽이고 퇴역한 수사관 발란더가 맞서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범죄다.

독일 등 유럽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벗어나지 않는 이 소설은 ‘얼굴 없는 살인자들’(1991년)부터 ‘피라미드’(1999년)에 이르는 총 9권의 ‘발란더 시리즈’ 중 네 번째 작품이다. 국내에서는 ‘다섯번째 여자’에 이어 두 번째로 소개됐다. 전편에서 벌어진 죽음에 자책하던 발란더가 친구인 변호사 부자(父子)가 의문의 죽음을 당하자 범인 추적에 나선다는 설정이다.

‘명탐정 콜롬보’ TV시리즈처럼 살인 현장과 그 배후는 소설 처음에 독자에게 보여진다. 범인은 겉으로는 세계를 무대로 사업을 벌이면서 뒤로는 장기매매까지 서슴지 않는 경제계의 거물.

고전적인 스타일의 구성을 가진 소설이지만 작품의 매력은 주인공의 활극이나 기발한 추리력에 있지 않다. 헤밍웨이 소설이나 이현세 만화가 보여주는 ‘하드 보일드(hard boiled)’ 스타일처럼 숨을 조일만한 긴장감도 유도하지 않는다.

이 작품의 흡인력은 문장과 문장 사이에 인생의 의미와 생각할 거리를 심어놓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발란더 시리즈’처럼 여기서도 스웨덴으로 상징되는 ‘서구 복지국가’의 환부를 들추는 사회비판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나아가 이런 비판정신은 부메랑처럼 인간 존재론에 대한 질문으로 되돌아온다. 이 소설 첫머리에서 인용한 미국 정치학자 토크빌의 말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우리가 진실로 두려워할 것은 위대한 인물의 부도덕함이 아니라, 인간이 자주 부도덕함을 통해 거대한 존재로 부상한다는 사실이다.’ 원제 ‘Der Mann, der l¨achelte’(1994년 작)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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