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추칼럼]사치 품목에 해당되는 종목

  • 입력 2001년 8월 10일 15시 24분


전 칼럼에 이어지는 글을 쓰기 위해 좋은 자료를 찾으려니 찾기가 무척 힘들군요. 일본에도 주문해 놓은 자료가 늦게 도착하고 해서 잠시 그건 한 달이나 두 달 미뤄야 겠습니다. 하이텔 게시판을 보다가 생각나서 일단 이 글을 씁니다.

골프가 한국에 어울리지 않는 사치인건 말할 필요도 없다. 서민층은 한번 쳐 볼까 하는 꿈만 꿔 보는 스포츠이다. 골프의 문제점을 말하지 않더라도 이미 한국에서 골프는 문제가 많다는 것을 웬만한 사람이면 다 안다. 골프보다 더한 스포츠 사치는 한국에는 아직 없다.

그러나 프로야구, 프로축구도 분명 우리에게는 사치 품목이다. 전두환은 만들어 놓고 사라져 버렸지만, 그 리그는 그대로 남아 있다. 우리는 경제적 여유, 시간적 여유, 그리고 스포츠에 대한 열정 모두 몇 종목이나 되는 프로 리그를 이끌어 나갈만한 나라가 아니다. 남자 프로 농구, 여자 프로 농구까지 한국에는 있다. 배구도 프로화를 준비중인 나라가 한국이다.

미국의 1880년대 인구인 4천 9백여만 명과 한국의 현재 2001년 4천 7백여만 명의 인구는 비슷하다. 당시의 미국은 메이저 리그라는 게 없었다. 몇 년 후, 몇 십년 후에 쓸 돈을 생산만 하고 있던 시기이다. 스포츠로 돈을 만드는 방법을 같이 알아가면서 그들은 스포츠를 즐기고 있었다.

1916년 메이저 리그의 관중 동원수는 6,223,519명이었고, 미국 인구는 9천만 명을 넘어 1억을 바라보고 있던 때다.

지금 미국 인구는 2억 8천만 명을 넘어섰고, 메이저 리그는 7천만 명의 관중이 넘어섰다. 마이너 리그, 학생 야구, 리틀 야구까지 합치면 1억 천만에서 1억 2천만 정도의 관중이 한해마다 오르내리고 있다.

미국에는 야구 뿐만이 아니라 다른 메이저 종목의 관중도 대단한 수준이다. NBA, NFL은 2천만 명을 넘게 동원하고, NHL은 천 7백만 명을 넘어섰다. 그리고 계속해서 2-3년마다 관중 동원 기록이 깨져 나가고 있는 형편이다. 4개 종목을 제외하고라도 내스카, F1, 프로 레슬링 등 수없이 많은 프로 종목들이 돈을 남기는 장사를 하고 있다. 상위 리그에 딸린 하위 리그의 장사도 만만치 않을 만큼 장사가 되고 있는 형편이다. 대학 스포츠도 어마어마한 돈을 벌어 들이고 있는 곳이 미국이다. 우리나라가 과연 8-90년 후에 우리 나라 인구 몇 배의 관중이 스포츠를 즐기기 위해 각 스포츠 경기장으로 향할까? 의지보다는 여건이 될까?

우리 나라는 아직 개인 관중 코스트 인덱스도 조사되어 있지 않고 있고, 대기업이 운영하는 각 팀들은 팀을 기업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의 대부분의 팬들도 프랜차이즈 구단을 산업적인 눈으로 바라보지 않고 있고 오락적 기능으로 바라보고 있다.

대부분의 팬들이 광고 효과를 중시하고, 실제 LG를 응원하는 사람이 LG 제품을 사고 있고, 사고 싶어하는 것을 나는 보기도 했다. 어느 나라에서도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한 기업이 수십 개의 종목을 가지고 있기도 한 나라가 한국이다. 일본도 우리와 비슷한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팀 운영을 하는 방식은 천지 차이고, 경제도 우리는 일본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긍정적 요소와 부정적 요소도 같이 있지만, 부정적인 요소가 아직은 지배적이다. 3종목이 복표사업을 몇 년 내에 모두 시작할 것이고, 위성 채널 사업도 스포츠에선 아주 중요하다. 그러나 미국은 프로 리그라는 것이 생기고부터 단 한번도 외국 리그에 관심을 가질 필요 없이 국내에서 돈이 돌게끔 되어 있지만, 불행히도 우리나라의 돈은 날이 가면 갈수록 외국 리그에 나가게 되어 있다.

지금 현재 박찬호의 경우만 해도, KBS가 처음 TV중계를 할 때 보다 몇 년 새 급속히 올라간 중계료를 내고 있고, 3년 몇 개월만 지나면 또 깜짝 놀랄 중계료 급상승을 우리는 경험하게 될 것이다. 축구도 어떤 스타가 지속적인 출장을 하게 되면 중계료를 주게 될 것이고, 처음에는 적은 돈이었다가 또한 지속적으로 오늘 개연성이 있다.

미국은 좋아하지도 않는 축구 월드컵을 개최해서 돈을 남겼고, ‘경제올림픽’이라는 비아냥까지 들었던 애틀랜타 올림픽은 돈을 끌어 들이기 위해 추악한 짓까지 했던 나라가 미국이며, 스포츠 마케팅 분야에서 미국을 넘을 국가는 지구상에 없다.

국내 리그만 보겠다는 팬도 나는 여럿 봤다. 그러나 그 반대로 세련된 외국 리그만 보겠다는 팬도 만만치 않게 많다는 것을 난 알아버리고 말았다. 관중이 늘고 시청율이 올라가고 한 명의 관중 코스트가 계속해서 올라가도 고스란히 국내에 남아 있는 미국이다. 거기에다 외국에서 벌어 들이는 돈도 스포츠 분야에서 미국은 가장 장사를 잘하는 국가이다. 일본도 메이저 리그 때문에 엄청나게 많은 돈을 미국에 퍼다 주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는 메이저 리그의 인기가 한국에서 오르는 걸 마냥 즐겁게 희희낙락하면서 보고 있을 입장이 아니다. 5년 후, 10년 후에는 얼마만큼의 개인 돈이 미국으로 넘어갈지 모른다.

국내 프로 리그 중 몇 개를 없애도 지금 될까말까한데 배구도 프로화를 한다. 긍정적이고 관중 인구가 늘어가는 것을 뛰어 넘는 소비가 각 팀들에게 해마다 늘어난다. 백만 명의 관중이 늘어나면 그대로 흑자가 되는 것이 아니고, 150만 명분의 시설투자비, 고급화되어 가는 관중의 입맛에 맞게 하기 위해서는 제외 경비가 필수이다.

어느 분은 축구는 돈이 적게 들지 않느냐는 말도 하는데, 나는 월드컵 구장을 전부 새로 짓는 것에 경악했다. 몇 개 구장은 지을 줄 알고 있었지만, 월드컵을 위해서 전부 새로 짓는다... 월드컵 사상 가장 큰 경비를 구장 짓는데 투입한다. 잔디는 제대로 운영하려면 씨름판의 모래나, 농구 코트처럼 반영구적인 것이 아니다. 물론 잔디 개발에 의해서 그러한 조건의 잔디를 만들려고 하지만 쉽지는 않고, 잔디 개발에 들어가는 투자비도 계산에 넣는다면 엄청난 돈이 들어간다.

한국의 각 프로 리그가 살림을 줄일 계획을 만들든지, 안 그러면 몇 년 내에 개인 관중이 지금의 몇 배가 되는 돈을 소비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추어지지 않는다면 경제 분야에 이어서 또 다시 우리 사회의 방만한 분야가 스포츠가 될 확률도 있다.

주 5일 근무제는 스포츠계에는 밝은 소식이지만, 세계에서 가장 빨리 노인 인구가 성장해 6년 후면 모든 선진국이 경험했다는, 경제 성장이 더뎌지기 시작하는 노인 인구 숫자가 한국에는 생겨 버린다. 경제 활동 인구는 제자리 걸음인데 노인 인구가 늘어난다면 고려장을 할 수도 없는 것이고, 생산은 줄고 소비는 늘어 버리는 시스템이 정착되어 버리는 것이다.

월드컵을 해서 돈을 충분히 남길만한 마케팅 능력이 우리 나라가 될까 하는 부분에서 내 생각은 멈춰 버리고 만다. 월드컵을 개최하고 10년 후에 판단할 문제이기 때문에 긍정도 부정도 못하겠다. 네덜란드도 개최하지 않은 월드컵을 너무 서둘러 하는게 아닌가 하는 부정적 시각도 있고, 축구 문화를 서둘러 발전시켜 그들을 앞지를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도 있다.

쌍방울도 해태도 모두 더 큰 기업으로 야구에서는 넘어가 버렸다. 계속해서 경쟁적으로 대기업의 구단들은 거금을 출혈할 것이 눈에 보인다. 관중수입,부대수입이 같이 늘어난다면 모를까… 이런 현상들이 과연 바람직하기만 한가?

흥행을 위해 시도하는 리그는 우리 나라에서는 탄생하지 못하고, 정부와 일종의 뒷거래에 가까운 다른 대형 사업에서 혜택을 주는 조건으로 대기업에게 속속 프랜차이즈 구단이 넘어가고 있다. 형편이 어려워지면 새로운 구단 사업을 원하는 사람이 인수하는 것이 아니고, 정부에서 지정해주는 (규모로 봐서 구단을 운영해도 큰 부담이 없는 기업) 대기업이 그대로 인수해 버린다. 스포츠에 어떠한 애정이 없더라도 단지 돈이 많다는 이유 때문에 구단을 운영하는 것이다.

게시판마다, 이렇게 하면 더 리그가 잘 운영되고, 저렇게 하면 구단이 관중을 모을 수 있다는 팬들의 소리는 한낱 메아리 없는 외침으로 밖에 취급되지 못한다. 1년에만 해도 수백 수천만 달러의 돈을 들여서 리서치를 해 팬들의 소리를 모으는 선진국의 리그와는 달리, 아직까지 우리 나라에서 홈페이지에서 간단히 설문 조사해서 상품권 몇 장 주는 조사 외에는 나는 보질 못했다.

이미 성인이 된 사람의 어린 시절 구슬치기나 딱지치기 같은 놀잇감이 다락방 구석에 먼지가 가득 쌓여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 채 팽개쳐져 있듯이, 해야할 선전은 하지 않은 채 대기 업의 선전 도구용(선전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리그를 선전하는 것은 관중을 모으겠다는 것이니까)으로 전락한 것을 보면 한국에 과연 프로 리그라는 것이 필요할까 하는 생각이 자리잡는다. 차라리 순수했던 아마추어로 돌아가는 게 팬들도 피곤하지 않고, 그들도 운영하느라 억지춘향식 행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부정적인 면은 내가 잘못 알고, 잘못 판단하고 있기만 바랄 뿐이다.

자료제공: 후추닷컴

http://www.hooc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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