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破廉恥(파렴치)

  • 입력 2001년 8월 9일 19시 13분


破廉恥(파렴치)

破-깨어질 파 廉-청렴할 렴 恥-부끄러울 치 滅-멸망할 멸 忘-잊을 망 顔-얼굴 안

廉恥란 정직하고 淸廉(청렴)하여 羞恥(수치)를 아는 마음이다. 따라서 破廉恥는 잘못을 범하고도 전혀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하는 마음이라 하겠다. 일명 ‘沒廉恥’(몰염치·염치없음)’라고도 한다.

管鮑之交(관포지교)로 유명한 管仲이 쓴 管子(관자)의 牧民篇(목민편)에 보면 나라를 다스리는 데 백성들에게 꼭 필요한 네 가지의 德目을 들고 있다. 곧 禮(예) 義(의) 廉(염) 恥(치)가 그것으로 一名 ‘思維’(사유)라고도 한다.

그런데 그에 의하면 思維 중 어느 하나가 없으면 나라가 흔들리게 되고, 둘이 없으면 위태롭게 되며, 셋이 없으면 곤두박질치게 되고, 모두 없다면 그 나라는 破滅(파멸)을 면치 못하게 된다고 했다. 이렇게 본다면 禮義廉恥는 나라가 존립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기본 德目인 셈이다. 따라서 廉恥가 사라져 破廉恥가 판을 치게 되면 나라가 위태롭게 된다는 것을 알겠다.

후에 오면 여기에다 孝 弟 忠 信 네 德目을 합쳐 八德(팔덕)이라고 했다. 앞서 思維가 나라를 떠받치는 데 필요한 德目이라면 나머지 四德은 인간 관계에서 지켜야 할 4가지 德目인 셈이다. 곧 四維八德(사유팔덕)은 국가와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인간으로서 지녀야 할 기본 도덕률인 것이다.

‘八德’에 대해서는 이미 언급했거니와(2000년 11월 24일자) 중국에서는 예로부터 八德을 망각한 자를 ‘忘八’(망팔)이라고 하여 인간 취급을 해주지 않았다. ‘忘’이 가장 흔한 성씨인 ‘王’과 발음이 같아 그런 사람을 ‘놈’이라는 뜻의 ‘蛋(단)’을 덧붙여 ‘王八蛋’(왕빠딴)이라고 했는데 지금도 중국에서는 가장 심한 욕설로 되어 있다. 한 마디로 사람으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德目이 결여되어 있을 때 얼마나 무서운 질책이 뒤따르는지를 잘 보여준다고 하겠다.

또한 廉恥가 없는 사람을 ‘厚顔無恥(후안무치)한 사람’이라고도 한다. 얼굴이 ‘두꺼워’ 잘못을 범하고도 전혀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다. 자고로 중국사람만큼 얼굴을 중시했던 민족도 없다. 곧 ‘體面’ 또는 ‘面目’이라 하여 생명보다도 더 중시했는데 이렇게 ‘잘못된’ 얼굴을 가진 사람에게는 얼굴 가죽을 벗기는 형벌을 가했다. 좀 얇고 부드러워야 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우리 주위에는 그런 사람이 적지 않다. 秩序를 지켜야 할 장소에서 眼下無人(안하무인)격으로 행동하면서도 부끄러움을 모른다. 얼굴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다.

鄭 錫 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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