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다시 고개드는 '低 PER 대망론'

  • 입력 2001년 8월 9일 19시 00분


올 들어 증권가에서는 한달에 한번꼴로 ‘한국 주식시장은 너무 낮게 평가돼 있다’는 분석 자료가 나오고 있다.

“국내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가 라이벌 외국 기업에 비해 주가수익률 (PER)이 3분의 1 수준” “세계 유력 증시 중 국내 증시의 PER가 최하위” “경쟁 국가와 비교하면 국내 증시는 최소한 3배 이상의 상승 여력이 있다”는 내용이 주류다.

저평가 여부를 측정하는 척도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은 PER라는 지표다. 이는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수치인데 이 수치가 낮을수록 회사가 창출하는 순이익에 비해 주가가 낮아 저평가된 상태로 본다.

이런 ‘저(低)PER 상승론’, 즉 국내 증시의 PER가 아직 낮아 지금보다 더 오를 것이라는 주장이 9일 신영증권으로부터 다시 제기됐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한국 증시의 PER는 7월말 현재 7배 수준으로 주요 32개국 시장중에서 가장 낮다는 것. 올해 다른 국가에 비해 국내 증시가 비교적 강세를 보인 것도 바로 이 때문이며 아직 ‘저 PER’ 현상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아 지수의 추가 상승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앞으로 주가가 오를 것인지에 대한 전망과는 상관없이 ‘PER가 낮기 때문에 주가가 오른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내 증시의 PER를 낮게 만든 원인이 궁극적으로 제거되지 않는 한 ‘PER가 낮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현실일 뿐 주가 상승의 원인이 되기 어렵다는 지적.

증권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국내 증시 저평가의 원인은 크게 2가지다. 하나는 국가 차원의 문제로 국가 위험도나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다는 점. 정부 정책의 일관성 부족이나 미진한 구조조정 등도 시장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는 요소다.

또 다른 원인은 개별 기업에서 찾을 수 있는데 기업의 지배구조가 왜곡된 경우가 많고 기업회계가 불투명하다는 점이 꼽힌다. 많이 개선되긴 했지만 아직도 정보를 투자자에게 충분히 공개하고 투명한 경영을 추구한다는 차원에서는 선진국에 한참 뒤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동부증권 장영수 선임연구원은 “아직 국내 증시를 저평가 상태로 만든 원인들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으며 오히려 증폭되는 것도 있는 실정”이라며 “PER가 낮다는 사실만으로 주가 상승을 예측하기에는 국내 경제의 체력이 아직 약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완배기자>roryrer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