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밀착취재]이상대 삼성물산 주택부문 사장

  • 입력 2001년 8월 9일 18시 53분


요즘 건설업계의 새로운 경향을 꼽으라면 최고경영자(CEO)의 현장 중시 경영이 점차 강조되고 있는 것. 건설업체들이 시공권을 확보하려고 사활을 건 경쟁을 펼치는 서울시내 재건축 시장에선 ‘CEO가 떠야 공사를 딸 수 있다’는 말이 나돌 정도다. 그 선두에 삼성물산 주택부문의 이상대 사장이 있다. 그는 “모든 경영 문제는 현장을 보고 느낄 때 해답이 나온다”며 “현장에서 멀어진 CEO는 허상이다”고 입버릇처럼 강조한다.

이사장의 이같은 현장 경영론이 빛을 발한 게 지난 달에 시공사를 선정한 서울 강남구 반포동 주공 2단지 사업. 이 사업은 단지 규모가 1720가구에 이르는 초대형이었다.

또 강남에서도 노른자위로 꼽히는 반포에서 앞으로 나올 주공3단지(2400가구)와 한신1차(790가구) 재건축과 연결돼 시공권을 가질 가능성이 커 절대로 놓쳐선 안됐다.

게다가 상대가 LG건설로 최근 주택시장에서 수위를 다투는 라이벌 기업이어서 자존심도 걸렸다.

그는 시공사 선정을 위한 조합원 총회가 열리기 며칠 전부터 아파트 입주자들을 직접 만나 머리를 숙여가며 한 표를 부탁했다. 총회 당일에는 새벽부터 현장에 출동, 진두지휘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결국 시공권은 삼성물산의 몫이 됐다.

지난 해부터 휴가를 일부 반납하며 한국 해비타트(한국 사랑의 집짓기 운동 연합회)가 벌이는 ‘무주택자를 위한 사랑의 집 지어주기’에 참가하는 것도 현장 중시 경영의 일환.

“주택 부문 선두 업체 사장으로서 사회봉사도 하고 현장도 체험할 수 있는 일석이조라는 생각에 즐거운 마음에 참가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그의 경영 방침이 가져다 준 성과는 놀라울 정도다.

그가 98년 4월 주택부문 부문장을 옮겨온 뒤 6개월 만인 10월에 주택부문은 독립채산제로 전환하고, 본부를 경기 용인 기흥으로 옮겨야 했다. 97년 이후 계속된 경영난에 따른 조치였다. 당시 업계에선 주택부문이 그룹에서 퇴출당한 것이라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그런데 이듬해 기적적으로 회생하면서 2000년 3월 서울 강남에 재입성했다. 그해 한국능률협회가 수여하는 아파트마케팅 대상도 차지했다. 서울시내 재건축도 거의 싹슬이했다. 6월 말 현재 수주 잔고만 6년치 사업물량인 12조원 어치다.

지난 해 10월 방한한 주룽지(朱鎔基) 중국 총리의 부인 라오안(勞安)여사는 바쁜 일정 중에도 삼성아파트 모델하우스를 방문했을 정도. 그만큼 해외에서도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는 이제 새로운 도전에 나설 계획이다. ‘하자 없는 아파트 건설’을 의미하는 ‘제로 디펙트(Zero Defect)’라는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를 세운 것.

“이제 주택시장은 소품종 다량생산으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따라서 소비자가 감동할 수 있는 상품을 만드는 주택업체만이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그는 이를 위해 시공 중인 모든 아파트에 최소 입주 두 달 전에는 입주자 및 50여명에 이르는 외부 전문인력의 전문적인 점검을 받도록 했다. 또 설계 단계부터 수요자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고, 상시 모니터링 체제도 갖출 방침이다.

<황재성기자>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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