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흡연유죄? 금연구역서 피우면 과태료 10만원

  • 입력 2001년 8월 8일 18시 52분


“담배 피우는 게 무슨 큰 죄인가?”“암, 당연하지!”애연가들은 요즘 입이 삐죽 나와 있다. 정부의 각종 금연정책 및 담뱃값 인상 움직임에 따른 볼멘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는 것이다. 반면 지금껏 ‘역한’ 담배 냄새에 시달려 온 비흡연가들은 “흡연율을 낮추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반기고 있다. 8일 담배인삼공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연간 담배소비량은 외국산 담배(전체 소비의 10∼14% 수준)까지 포함해 1000억 개비(50억갑)로 5조7000억원의 시장이다. 99년 현재 15세 이상 남성의 경우 3명 중 2명(67.8%)이 많건 적건 담배를 피우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흡연파 설 자리가 없어진다?〓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올초 흡연 억제방안 강구를 지시한 뒤 보건복지부는 ‘강도 높은’ 금연종합대책을 마련 중이다. 핵심 내용은 금연구역을 확대해 담배를 피우다 적발되면 10만원의 과태료를 물린다는 것.

현행 국민건강증진법은 일정 규모 이상의 건물이나 학교 의료기관 등의 경우 금연구역과 흡연구역을 지정토록 하고 있는데, 복지부 관계자는 “아예 금연건물로 지정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우선 정부청사 등을 금연건물로 지정해 다른 공공기관 건물로 확대해 나가고 민간 건물도 건물주가 요청하면 금연건물로 지정한다는 것. 공공기관 금연건물 지정 문제는 행정자치부와 협의가 거의 끝난 상태.

또 도서관이나 역사 등 청소년 접근이 가능한 흡연구역의 담배 자동판매기를 모두 철거할 계획이다. 그러나 음식점의 경우 신중히 접근하기로 했다.

▽담뱃값 인상되나〓현재 담배 한갑에 붙는 각종 세금과 부담금은 소비세 510원, 교육세 255원, 건강증진부담금 2원, 폐기물부담금 4원, 부가세 10%다. 1300원 하는 ‘디스’에 붙는 각종 세금과 부담금은 889원(68%)이다.

여기에 건강증진부담금을 갑당 150원 가량 올려 파탄난 건강보험 재정을 충당하기 위해 복지부가 마련한 재정안정특별법이 국회에 제출돼 있다.

정치권에서도 논란 중이고 당정협의가 계속되고 있는데 건강증진부담금을 올리면 이는 고스란히 담뱃값 인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복지부는 건강보험 재정 문제와 별개로 순수하게 건강증진기금 재정 확충을 위해서도 부담금을 올려야 한다는 생각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우리나라 담뱃값은 다른 나라의 2분의 1∼5분의 1 수준”이라며 “담뱃값을 10% 인상하면 소비가 5% 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캐나다의 경우 갑당 3달러에서 6달러로 올리자 1인당 연간 담배소비량이 약 80갑에서 55갑으로 줄었다는 것.

▽흡연권이냐 혐연권이냐〓한국담배소비자연맹 한종수 사무처장은 “정부가 이런 식으로 ‘담배와의 전쟁’을 벌이는 것은 수긍할 수 없다”고 말했다. 흡연자들도 성실한 납세자인데 비흡연자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담배를 맘껏 피울 수 있는 쾌적한 공간을 마련하기는커녕 무조건 금연구역만 늘려 과태료로 규제하겠다는 발상은 잘못됐다는 얘기다.

또 다른 경범죄의 경우 과태료가 많아야 5만원인데 금연구역 내 흡연행위에 대해서만 10만원을 물리는 것도 형평에 어긋난다는 것. 회사원 박모씨(36)는 이와 함께 “담뱃값 인상에 앞서 쌈짓돈을 털어야 하는 농민이나 서민층의 애환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 최진숙 사무국장은 “선진국의 경우 담뱃값 인상과 금연구역 확대, 벌금이나 과태료 강화 등으로 흡연율을 낮춰 왔다”면서 “건강증진부담금 인상도 흡연율을 떨어뜨리는 데 긍정적 효과를 낼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호주의 경우 금연구역에서 흡연할 경우 500달러의 벌금을 물리고 있고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98년부터 아예 술집에서 담배를 못 피우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인의 경우 직장 안에서 20년 정도 간접흡연에 노출될 경우 매일 10개비의 담배를 직접 피우는 정도의 폐기능 감소를 초래한다는 보고가 있다. 차제에 ‘뚝’ 끊어보자는 이들도 늘고 있지만 애연가들의 생각은 여전히 다른 것 같다.

<정용관·윤상호기자>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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