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용호/시베리아 횡단열차

  • 입력 2001년 8월 3일 18시 12분


시베리아 횡단열차는 우리들에게 수많은 애환과 낭만을 연상시켜 준다. 이 열차를 타고 모스크바 정상회담에 나선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시베리아를 가로지르면서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150여명의 수행원을 대동하고 시속 40마일의 느린 속도로 달리고 있는 김 위원장의 열차는 9일 만에 모스크바에 도착할 예정이다. 다른 나라의 정상들이 전용비행기로 신속하게 움직이는 것에 비하면 김 위원장의 열차는 속도면에서 지극히 낭만적이다. 그러나 그의 이번 여행에 대해서 논란이 많다.

▷한편에서는 김 위원장이 모스크바 가는 길에 무기생산 공장을 돌아보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각종 첨단 무기구매가 이번 여행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라고 보고 매우 비판적이다. 특히 북한 주민이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는데 그가 무슨 돈으로 무기구매에 나서고 있는지 의아해 하고 있다. 더욱이 그의 느린 열차가 다른 열차에 탄 러시아 주민의 발을 10시간이나 묶어 놓는 데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다른 한편에서는 그가 20일 이상 나라를 비워도 안심할 수 있다는 사실과 또 이런 방식의 여행을 통해 러시아를 속속들이 이해하려는 것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최근 들어 어느 나라 수반이 이렇게 장기여행을 통해 러시아를 이해하려 했던가? 더욱이 양국 간의 정상회담에서 시베리아횡단철도와 한반도종단철도 프로젝트, 그리고 북-러관계 개선 등에 합의하는 경우 북한은 국제적 고립감을 탈피하여 대남·대미 관계개선에 적극 나설 것으로 전망한다.

▷김 위원장의 이번 여행이 좋은 성과를 거두어 한반도에도 점차 냉전의 먹구름이 걷히기를 바란다. 김 위원장이 비록 세습을 통해 권좌에 앉았으나 이제는 김일성으로부터 독립된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러시아의 변모를 살피고 돌아오는 김 위원장이 시베리아횡단열차에서 김일성체제를 개혁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하여 남북이 서로 화해 협력으로 나아가서 다음 번 김 위원장의 시베리아횡단열차에는 한국기자가 한반도종단철도를 따라 합류한 후 취재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원해 본다.

김용호 객원 논설위원(한림대 교수·정치학)

kimyh@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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