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먹구름' 증시에도 햇볕드나

  • 입력 2001년 8월 2일 18시 46분


우리 증시의 두 기대주인 반도체와 은행주가 주목받고 있다. 국내외에서 반도체에 대한 낙관론이 확산되기 시작했으며 외국인들은 은행주를 앞다퉈 매수하고 있는 것. 이같은 움직임이 ‘강세장’으로 발전할 수 있을까?

▼반도체 잇단 낭보▼

반도체 산업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이어지면서 ‘시세 바닥론’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낙관론을 편 메릴린치증권의 최근 보고서에 자극받아 전날 외국인의 매수세가 국내 반도체주에 집중된 데 이어 2일 새벽 마감한 미국 나스닥에서도 반도체 업종이 강한 상승세를 기록했다.

2일 국내 증시에선 외국인 순매수가 은행주로 분산되면서 삼성전자가 1.26% 하락하며 조정받았을 뿐 △하이닉스(2.22%) △주성엔지니어링(2.21%) △유일반도체(상한가) △아펙스(상한가) △화인반도체(4.22%) △원익 (1.25%) 등 대체로 양호한 주가 움직임을 보였다. 도쿄 증시 역시 이날 ‘반도체경기 바닥설’에 힘입어 439.87포인트 급등한 1만2399.20포인트로 마감했다.

▽고개드는 낙관론〓메릴린치는 최근 공개된 글로벌 리포트를 통해 ‘(반도체 업종이) 최악의 시기를 지났다’고 주장하며 마이크론 등 반도체기업들의 투자의견을 상향 조정했다. 필리델피아 반도체지수는 곧바로 5% 이상 뛰어올랐는데 최근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는 업종 분위기를 고려하면 이례적인 전망이라는 분석이다.

골드만삭스도 “반도체 산업이 바닥을 쳤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골드만삭스의 아시아 반도체 부문 애널리스트 조나단 로스는 “세계적으로 반도체 수요가 가장 적다고 생각되는 시점에 와 있다”면서 대만의 UMC와 대만반도체의 투자등급을 ‘시장수익률 상회’로 조정했다.

▽투자심리만 호전됐다〓반도체주에 매기가 몰리는 현상은 분명히 투자심리가 개선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실물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논거는 매우 빈약한 편이다.

먼저 반도체 경기동향을 가장 민감하게 반영하는 현물시장 가격동향에서 바닥을 쳤다는 아무런 징후를 발견할 수 없다. 또한 설비투자 과잉, 재고 과다 등의 문제도 여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삼성증권 임홍빈 애널리스트는 “메릴린치 보고서는 D램 가격 반등, 수요 증가, 재고수준 감소 등의 실물적 차원의 신호를 고려하지 않은 맹점이 있다”면서 “더 이상 악화될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된 과거 실적을 반영한 통계를 가지고 낙관론을 펼치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바닥 시기와 관련해 “바닥을 쳤다고 바로 반등하는 게 아니라 하강국면이 끝나면 3분기 가량(9개월) 바닥을 기는 박스권 장세가 펼쳐질 것”이라며 그 시기가 2·4분기말부터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대우증권 전병서 애널리스트는 “바닥 언저리에 접근했다는 공감대는 형성됐으나 지금은 바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반도체 경기가 최악을 맞이하는 시기가 8,9월로 예상되기 때문에 8,9월에 매수해 장기보유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성동기기자>esprit@donga.com

▼은행주 기세 등등▼

은행주의 상승세가 예사롭지가 않다. 외국인들이 무섭게 사들이면서 전 은행주가 이틀째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전날 폭등세를 보였던 증권주는 2일에도 올랐지만 상승세가 크게 둔화됐다.

전문가들은 은행주가 △저금리로 인한 예대마진 확대와 수수료 현실화에 따른 수익성 확대 △부실자산 처리에 따른 자산건전성 제고 △국민 주택은행 합병에 따른 경영선진화 등으로 인해 ‘10년간의 침체’에서 벗어나는 초입단계로 보고 있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은 최근 외국인들의 매수세로 주가가 급등한 감이 있어 당장 추격매수하기에는 부담스러우며 추가 조정시 사들여야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2일 은행주의 상승을 주도한 것은 단연 국민 주택 하나은행 ‘3인방’이었다. 국민은행은 이날 장중 한때 2만150원으로 치솟아 2월13일 기록한 52주 최고가 1만 9250원을 훌쩍 뛰어넘었다가 1만915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주택은행도 5.21%로 오른 3만2300원을 기록했고 하나은행은 저평가되었다는 메리트가 부각돼 4.62% 상승해 9000원대에 안착했다. 이들 은행의 매수세는 30% 이상이 외국계 창구로 유입돼 외국 투자자의 관심을 입증했다. 이밖에 외환 조흥은행 등 독자생존은행도 각각 4.67%와 5.33%가 오르는 등 은행주는 전반적인 상승세를 기록했다.

개인투자자의 관심은 은행주의 상승이 일시적인 것이냐 장기적인 추세를 보일 것이냐는 점에 모아져있다. 전문가들은 후자쪽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대우증권 이승주연구위원은 “과거 은행의 실적은 아무도 믿지않아 은행업종지수가 시장평균수익률에 대해 지속적으로 하락해왔다”며 “하지만 최근들어 부실을 과감히 떨어내면서 수익이 질이 확연히 좋아지고 있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전환점에 놓인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상반기 분석결과 시중은행들의 부실채권비율은 지난해말 4.19%에서 2.43%로 줄어들었다. 또 하반기에 1조원의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적립해 하이닉스반도체 현대석유화학 현대건설 등의 대손충당금을 50∼60%로 높일 계획이어서 부실의 악몽에서 서서히 벗어날 전망.

동양증권 류재철과장은 “합병은행장인 김정태행장이 수수료 현실화 등을 들고 나와 다른 은행들도 따라갈 것으로 보이며 저금리로 인한 예대마진 확대로 은행의 수익성은 더욱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신경제연구소의 한정태연구위원은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은 추격매수하기는 다소 위험하며 아직 미국 3.4분기 실적발표 등으로 인해 한차례 조정을 거칠 것으로 보이며 그때 매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하반기 대부분 부실을 터는 외환 조흥은행에도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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