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죽음', 두려워할 건가 초월할 것인가

  • 입력 2001년 7월 27일 18시 58분


□죽음의 얼굴

니겔 발리 지음 고양성 옮김

296쪽 1만3000원 예문

60억의 세계 인구가 단 한명의 예외도 없이 공유하는 경험이 하나 있다. 바로 ‘죽음’이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그 누구도 ‘죽음’이라는 인류 보편의 경험을 ‘공유’하지 못한다. 60억의 인구 수만큼이나 다양한 죽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죽음은 국가마다, 마을마다, 심지어 개인마다 다르게 해석된다.

이 책은 죽음을 특정 관점에서 정의내리려 노력하지 않는다. 죽음에 대한 철학적 성찰도, 미학적 분석도 없다. 다만 지구촌 곳곳에서 죽음이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를 소개할 뿐이다.

몇군데 장례 행사를 들여다보자. 영국의 장례식장에서는 통곡 소리를 들을 수 없다. 소리없이 흐느낄수록 애도의 깊이는 더해진다. 죽음에 대한 슬픔을 밖으로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묵념. 폴리네시아 군도 중 하나인 티코피아에서는 시흥이 넘치는 노래와 춤으로 통곡을 대신한다. 호주의 와라뭉가족은 돌칼로 자신의 허벅지를 찌르고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죽음을 애도한다. 죽은 자에게 의무를 다했다는 표시로 평생 그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소위 문명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후자를 ‘야만적’이라고 단언하고 싶겠지만 저자의 생각은 다르다. 문화인류학자인 저자에 따르면 다양한 장례법은 풍습의 산물일 뿐이며 문화 상대주의를 충실히 보여주는 좋은 예일 따름이다.

이 책은 저자가 현장답사를 거쳐 얻게된 방대한 자료를 통해 죽음을 둘러싼 인류의 다양한 해석과 반응을 끝없이 우리 앞에 펼쳐놓는다. 죽은 자를 위해 생필품을 함께 소각시키는 중국인들의 장례 의식에서 우리는 이승 역시 철저한 물질적 세계로 간주하는 중국인들의 면모를 엿볼 수 있다. 발리에서는 어린 아이가 죽으면 나무 위에 구멍을 만들어 그 안에 넣어준다. 이는 성장하는 나무가 미처 자라지 못한 어린 영혼을 위로해줄 것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결국 저자는 죽음의 보편성이란 죽음이 불러 일으키는 감정보다 죽음 그 자체의 상태일 뿐이며 이를 해석하는 것은 전적으로 각자의 몫이라고 지적한다. 나아가 독자에게 편협한 문화관에서 벗어나 죽음의 의미를 스스로 정립해보기를 권하고 있다.

<김수경기자>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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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그 마지막 성장

푸웨이쉰(傅偉勳) 지음 전병술 옮김

307쪽 1만2000원 청계미국 펜실베니아 주립 템플대에서 불교학 및 동아시아 사상을 가르치던 대만 출신의 철학자 푸웨이쉰 교수는 1991년 임파선암 진단을 받고 1993년 1월 수술을 받게 된다.

어릴 적부터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유난히 많아 철학을 업으로 선택했다는 그는 삶과 죽음과 존재의 문제를 중심으로 철학을 공부하고 강의해 왔다.

그는 악성 임파선암 수술을 받으며 ‘생명의 학문’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준 인생에 감사하면서 암과 차분히 맞선다.

임파선암은 그가 평생을 고민해 온 죽음을 깊이 성찰할 수 있는 기회였다. 그는 암과 맞서면서 동서양의 철학과 종교를 넘나들며 죽음에 대한 두려움의 원인을 찾아간다.

하이데거의 철학에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자기 자신을 두려워하는 것이고, 자기 자신을 두려워한다는 것은 사랑하는 친구, 가족 등 자기 자신이 이 세상에서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것들을 잃어버리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다.

불교에서 사람들이 죽음을 두려워하는 근본 원인은 우리 자신의 ‘무명(無明)’이다. 이 무명 때문에 자신에게 집착하게 되며, 자신의 것으로 여기는 모든 것에 집착하게 된다.

결국 둘 다 두려움의 표면에는 세속에 대한 집착이 있지만 그 이면에는 자신에 대한 집착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같은 성찰을 통해 죽음을 극복하고 삶과 죽음의 대립을 관조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죽음을 극복하는 관건은 ‘나’라는 한 글자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는 “‘무아무사(無我無私)’가 죽음을 두려워하는 마음을 극복하는 필요조건이 된다”는 결론에 이른다.

“어릴 적부터 중년에 이르기까지 죽음의 신(神)을 두려워하며 살아온 내가 이제 이순(耳順)의 나이에 가까워져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말을 감히 할 수 있다는 사실은 대단한 발전”이라며 1993년 2월 8일 밤 필라델피아 북부 교외에서 이 책을 마무리한다. 그는 그 후 암과의 투병 끝에 1996년 11월 세상을 떠났다.

<김형찬기자>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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